코람코, 한화갤러리아 천안점 리파이낸싱 추진…LTV·금리 조정 '험로'
입력 2025.01.15 07:00
    고금리 기조 속 대출 만기 맞아
    대출 구조 선·중순위 통합 시도
    자산 가치 재평가로 돌파구 찾지만
    지방백화점 하락세에 난항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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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코람코자산신탁이 한화갤러리아 천안 센터시티점의 리파이낸싱(대출 차환) 작업에 착수했다. 올해 2월 만기가 도래하는 약 2500억원 규모의 담보대출을 재조정하는 작업이다. 2020년 매입 당시 저금리로 성사됐던 거래가 고금리 시대를 맞아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신탁은 최근 한화갤러리아 천안점(센터시티점) 리파이낸싱을 위해 금융사들과 접촉을 시작했다. 현재 LTV(담보인정비율) 73%로 설정된 대출을 60% 수준으로 낮추고, 선순위(금리 2.8%)와 중순위(금리 4.8%)로 나뉜 대출을 하나의 선순위 대출로 통합하는 구조다.

      코람코는 지난 2020년 앵커 투자자(LP) 교직원공제회를 비롯해 농협중앙회, 경찰공제회 등이 출자한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한화갤러리아 천안점을 약 3000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모자(母子) 리츠 구조를 활용해 모리츠가 에쿼티 약 700억원을 투자하고, 자리츠가 선순위(1700억원) 및 중순위(700억원) 대출을 일으켰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은 고금리 기조 유지로 인해 녹록지 않아졌다. 부동산 업계에선 LTV 60%에 금리 5% 정도가 최대치로 거론된다. 이 경우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중순위 대출 상환이 어려워 기한이익상실(EOD)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중순위 대출의 대주가 교직원공제회•농협중앙회 등 코람코 블라인드펀드 투자자들이어서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자산가치 상승을 근거로 리캡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대출금 2500억원에 LTV가 73%라면 자산가치는 약 3000억원 수준이다. 만약 자산가치를 4000억원대로 인정받으면, 같은 금액을 대출받더라도 LTV는 60%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논리다.

      코람코자산신탁 측은 "천안점 자산가치가 높아져 이번 리파이낸싱 때는 같은 비용임에도 LTV를 60% 이하로 낮출 수 있다"며 "기존 선·중순위로 나뉜 대출을 통합 선순위 대출로 묶으면서 금융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의 시각은 다소 회의적이다. 매출 추이만 봐도 불안요소가 있다. 2020년 매입 이후 천안 센터시티점의 매출은 등락을 거듭했다. 2020년 2848억원까지 하락한 매출은 2022년 3415억원으로 반등했으나 이후 다시 하락세다. 2023년 3385억원에 이어 2024년에는 3287억원까지 줄었다. 지방 백화점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 수도권 대형몰로의 소비 이탈이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당초 6.5~7.5% 수준으로 약속했던 배당수익률도 리캡 이후에는 유지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조달 비용이 오르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갤러리아 측이 제공하는 연간 140억원의 고정 임대료 수입으로는 높아진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향후 코람코자산신탁 블라인드펀드의 투자금 회수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한화갤러리아의 이름값이 예전만 못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화갤러리아는 2023년 전 점포에서 역성장을 기록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화갤러리아 사업부문 매출액은 4801억원으로 전년 대비 14.8% 감소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85% 가량 줄어든 14억원, 영업이익률은 0.3%에 머무를 전망이다. 

      특히 한화갤러리아가 비수도권 매장을 포기하는 상황에서 천안점의 미래는 더욱 불확실해졌다. 코람코자산신탁은 동종업계인 신세계·롯데·현대 등에 매각을 추진할 전망이지만,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대형 유통사들이 신규 점포 확장에 보수적인 기조를 보이고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피스 대비 리테일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탄·판교 등 수도권 대형몰과 경쟁해야 하는 천안 상권에 대해 긍정적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며 "한화갤러리아 매출이 롯데백화점이나 더현대 등의 주력 점포 비중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향후 코람코의 엑시트 전략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