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 공세에 국내 투자시장 '촉각'...대기매물 해소 vs 반발 기류
입력 2025.01.16 07:00
    취재노트
    미디어에 이어 커머스로 투자처 확장
    "어떤 밸류에든 사겠다" 적극적 공세
    '중국 자본'에 여전히 민감한 반응도
    "대기매물 많은데…" 향후 영향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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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핀=윤수민 기자)

      최근 국내 시장을 노크하는 중국 자본들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플랫폼 기업을 위주로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중국 자본이 이전과는 다른 접근법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업계에서는 중국 자본의 적극적인 공세가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근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인 G마켓, 패션 플랫폼 무신사 등이 중국 자금을 유치했다. 작년 10월에는 중국 빅테크 알리바바가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최근 중국 자본이 재무 악화로 청산 위기에 놓인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인 티몬과 위메프 투자 검토까지 나섰다고 알려졌다. 

      중국 한국 시장 자본의 노크가 새로운 건 아니다. 과거에는 ‘끝’이 좋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중국 더블스타그룹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했을 때도 금호타이어의 성장보다 기술, 노하우 확보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 바다. 2009년 중국 상하이기차가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 지분을 돌연 매각하고 한국에서 철수해 대규모 구조조정 사태가 벌어진 점도 꾸준히 언급되는 사례다. 다만 텐센트의 카카오 투자 등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곳들도 있다.

      몇 년 전부터는 미디어 기업들의 투자가 눈에 띄었던 바다. 2020년 중국 OTT 플랫폼인 아이치이(IQIYI)는 한국 지사를 만들어 마케팅에 나섰고, 위티비(wetv)는 한국어 자막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간 떨어지는 동거’, ‘지리산’, ‘여신 강림’, ‘빈센조’ 등의 드라마가 중국 자본이 투자한 작품들이다. 한창 중국 OTT가 한국을 겨냥할 때, ‘백지수표’를 내걸며 작품을 찾았다는 이야기도 돌 정도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입장에서 자본과 기술이 있는데 지금 미국으로 가기도 그렇고, 유럽이나 일본도 애매하니 특히 글로벌 사업 확장에서 테스트 베드 차원으로 한국 시장을 노크하는 면이 있을 것”이라며 “생각보다 미·중갈등이 더 오래가고 있고, 앞으로 미중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따라서 중국이 한국 등 해외시장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국 자본이 한국 기업을 통해 한국 시장 진출뿐 아니라 글로벌 확장의 발판, 사업적 협업 등을 꾀하는 점이 달라졌다는 평이다. 특히 커머스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커머스 플랫폼은 ‘데이터’가 중요한 만큼 한국의 소비 패턴 등을 파악하고자 하는 시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글로벌 스포츠의류업체인 안타스포츠는 약 500억원 가량의 무신사 구주를 사들였다. 안타스포츠는 무신사와 중국에서 조인트벤처(JV)로 합작사업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업 파트너의 역할을 공고히 하기 위한 투자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안타스포츠가 매입한 무신사 지분은 중이던 국내 PE나 VC, 운용사 및 개인 주주들이 보유한 일부 지분이다. 앞서 펀드 청산이 임박한 주주들이 매각 의사를 내비치면서 태핑 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국내 기관 사이에서는 회사의 실적 및 성장성과 별개로 이미 높은 몸값이 투자 결정의 걸림돌이 된다는 평가도 있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측에서는 1000억원 이상의 매입을 원했지만 유지하고 싶은 주주들이 있어 실제 거래 규모가 준 것 같고, 중국 측에서 ‘밸류가 어떻든 사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안다”며 “이외에도 숙박 플랫폼 등 중국 자본에서 연락해 오는 일이 부쩍 늘어났는데, 이렇다 보니 중국 정부 차원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는 걸까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G마켓이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손잡고 온라인쇼핑 사업을 함께하기로 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G마켓 기업가치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신세계그룹이 이번 딜에 적극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합작사 설립 과정에서 G마켓은 3조원대 가치를 인정받고, 알리익스프레스도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논란의 시선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협력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향후 경영권을 잃게 된다면 신세계로서는 주요 이커머스 회사를 중국에 넘기는 꼴이 되기 때문에 지켜볼 만한 이슈다”라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마켓-알리바바 합작은 사업적 시너지도 있겠지만, 그만큼 신세계가 ‘알리바바밖에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 것”이라며 “찾을 수 있는 곳이 중국밖에 없다면 기업들도 (중국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향후 중국 자본이 더욱 적극적으로 국내 시장을 노크할지 한동안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국내 여론 상 여전히 ‘중국 자본’에 대한 반감도 있다 보니 민감한 반응도 적지 않다. 현재 매각을 진행 중인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부(그린바이오)는 조 단위 몸값에 사실상 국내 바이어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펀드들이 잠재 원매자로 언급되는 가운데, 중국 사업 비중이 높다 보니 중국 전략적투자자(SI)나 중국 펀드 등이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다만 대기업 사업부가 중국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내부 반발 등이 적지 않을 수 있어 쉽지 않을 것이란 시선이다.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중국 관련 루머에 대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어피너티는 중국계/홍콩계 사모펀드가 아니다"라며 중국과의 연관성을 일축했다. ‘중국계’인 어피니티가 SK렌터카에 이어 롯데렌탈까지 인수하면서, 중국 전기차 업체 BYD와 협업해 한국 자동차 시장 진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자 반박에 나선 것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쌓인 대기 매물이 많아서 만약 중국 자본이 본격적으로 M&A 시장에 들어오게 되면 반응이 어떨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중국 자본은 반기지 않는다는 시선도 있지만 결국 돈이 필요한 입장에서는 중국 돈인지, 미국 돈인지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