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군인공제회 정도가 앵커 LP로 거론되지만
심사 까다로워서 출자 받기 만만치 않아
1분기 출자 받으려던 PEF 고심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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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연초 펀드레이징에 ‘올인’ 하려던 사모펀드(PEF)들이 고심하고 있다. 어수선한 정국에 출자시장이 움츠러들면서 누구도 나서서 메인 출자자(앵커 LP)를 맡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가 출자를 재개하긴 했지만, 보수적인 방침을 세우면서 앵커 LP 역할을 내려놨다. 이를 대체할만한 연기금, 공제회가 나오고 있지 않은 판국이다. 연초 적극적으로 펀드레이징에 나서려던 PEF들의 조급함이 커지고 있다.
14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새해부터 PEF 업계에 '자금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하려는 곳들은 앵커 LP를 구하지 못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재계 및 금융권 인사가 3분기 이후로 앞당겨지면서 지난해 4분기 펀드레이징에 나서지 못했던 PEF들은 해가 바뀌어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판국이다.
여기에다 정치권 이슈로 정국이 얼어붙으면서 출자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연기금, 공제회가 공적인 성격을 띤 만큼 정부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탄핵정국에 돌입하면서 공직사회에 ‘복지부동’이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부처에 관리 감독을 받는 연기금, 공제회들로서도 굳이 출자했다가 책임 소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들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다.
새마을금고의 바뀐 정책도 출자 ‘혹한기’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다. 2023년 출자비리로 이사장을 비롯해 실무진이 형사처벌을 받았던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출자 기준을 엄격하게 바꾸었다.
새로운 출자기준에 따르면 하나의 펀드에 출자규모가 50%를 넘지 않아야 하고, 앵커 LP로서의 역할도 안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과거 새마을금고는 앵커 LP로서 참여해 프로젝트 펀드 결성을 주도했다. 한때는 새마을금고의 낙점만 받으면 프로젝트 펀드 결성은 ‘일사천리’란 말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정책기조가 바뀌면서 PEF들은 새마을금고를 대신할 곳을 찾아야 하는 판국이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새마을금고가 1년 이상 출자공백이 있어서 출자여력은 있지만, 기준을 강화하면서 과거와 같이 앵커 LP로서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라고 말했다.
새마을금고를 대신할 곳으로 그나마 거론되는 곳이 군인공제회다. 군인공제회는 IMM컨소시엄의 에코비트 인수 등에서 앵커LP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런 군인공제회 조차 출자 기준이 까다로워서 앵커 LP로 초청하기가 쉽지 않다. 군인공제회는 2000년대 투자비리 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으로 출자 기준이 엄격해진 바 있으며, 최근에도 출자부서에서 승인을 하더라도 심사부서 통과가 쉽지 않다고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를 대신할 곳으로 그나마 군공 정도가 거론된다”라며 “하지만 군공 조차도 지난해 CIO 교체 등 인사로 인해서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긴 힘든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올해 상반기 M&A 거래에도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아도 정치권 이슈와 출자시장은 궤를 같이 했다. 그러잖아도 출자자 찾기에 어려움을 겪던 PEF들은 상반기 그어느 때보다 극심한 출자 가뭄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 속에서 출자 규모가 줄어든 바 있다”라며 “연초이지만 올해에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