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축소 이어지면 수익성에도 타격
SC제일은행 "일시적인 시장 상황 따른 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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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 사이 SC제일은행의 여신 및 수신 규모가 모두 역성장하고 있다. 과거 SC제일은행이 몸집을 줄이면서 '한국 철수설'에 휩싸였던 만큼 이번에도 점진적으로 소비자금융 축소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만약 자산규모 축소가 이어질 경우 과거와 마찬가지로 등급전망이 조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SC제일은행의 여수신 규모는 2023년 이후 일제히 줄어들고 있다. 총여신은 지난 2022년 말 49조9000억원에서 2024년 9월 말 37조9000억원으로 약 2년 사이 24.0% 줄어들었다.
예수부채는 약 3년 동안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말 62조3000억원이었던 예수금 잔액은 지난 2024년 9월 말 45조2000억원으로 줄어들면서 약 3년 동안 27.4% 줄어들었다.
SC제일은행의 자산규모가 줄어든 건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위험자산을 줄이기 위해 디레버리징에 나서 왔다. 그러나 자산규모 축소에 따른 시장점유율 하락, 핵심이익원 축소 등이 이어지면서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락했다.
'AA+/안정적' 등급까지 하락했던 SC제일은행의 신용등급은 지난 2016년 'AAA/안정적'으로 다시 복귀했다. 지난 2015년 '영업통'이자 리테일 전문가인 박종복 전 SC제일은행장이 취임하면서 꾸준히 자산을 확대한 영향이다.
업계에선 지난 8년 동안 꾸준히 늘어났던 자산이 다시 줄어드는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2년 연속 대출채권과 예수부채가 줄어든다는 것은 은행의 경영기조가 다른 은행들과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SC제일은행장 교체 시기와 맞물려 경영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씨티은행처럼 소매금융 철수를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소매금융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8일 취임한 이광희 SC제일은행장은 자산관리를 중심으로 한 소매금융 전략,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기업금융을 강조했다. 이 행장은 리테일에 강점을 갖던 '영업통' 박종복 전임 행장과는 달리 기업금융에 잔뼈가 굵은 '기업금융' 전문가다.
SC제일은행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이 행장이 강조한 기업금융은 단순한 기업대출 확대보다는 여러 글로벌 거점 중 하나로 한국을 활용해 시너지를 내거나, 이익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외환파생 관련 상품 판매 등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강점을 살리는 방안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많다.
지난해 3분기 말 SC제일은행의 BIS비율은 23.0%로 같은 기간 은행권 평균(15.66%)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이 국내 소비자금융 규모를 축소하고, 배당을 통해 '과잉 자본'을 본사에 되돌려 보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자산규모가 다소 줄어든 건 일시적인 시장 상황에 따른 변동이었고 별도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금융은 어느 한 쪽에 치우쳐 전략을 구사하기보다는 전세계 50여개 시장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내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금융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용평가업계는 SC제일은행의 역성장이 지난해 4분기에도 이어졌을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만약 자산 규모가 2년 연속 줄어들었다고 확인될 경우 지난 2014년과 마찬가지로 등급 전망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이 씨티은행처럼 소비자금융을 철수하겠다고 밝히진 않았지만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는 모습"이라며 "만약 2년 연속 역성장이 확실해질 경우 과거처럼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