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은 받고 움직이겠다"…ETF 업계 연초 '구인난' 심화
입력 2025.01.17 07:00
    ETF 시장,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했지만 전문인력 한정적
    연초 성과급 기다리며 인력시장 '꽁꽁'…내부 승진으로 공백 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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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1·2월은 지나야 이직을 재볼 수 있지 않을까요? 성과급은 받아야죠" (운용업계 한 관계자)

      자산운용사들이 ETF 구인난에 직면했다. ETF가 운용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ETF 1·2세대 인력은 제한적이어서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연초 성과급 시즌이라는 특수성도 인력 이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 대형 운용사들이 연초에 연봉협상을 하고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이후에야 이직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현재 ETF 컨설팅 담당 본부장을 외부에서 물색 중이다. 김승현 본부장이 하나자산운용 상무보 겸 ETF 총괄 본부장으로 이직하기로 하면서다. 한투운용은 운용업계를 넘어 타 업종까지 후임 후보군을 확대했는데, 적임자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NH아문디자산운용도 ETF투자본부장 자리에 외부 인사 영입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결국 내부 출신인 김승철 패시브솔루션본부장을 내부 승진시켰다. KB자산운용 역시 최근 ETF 사업본부장 공석에 노아름 ETF운용실장을 내부 발탁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ETF 전문 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이 ETF 구인난에 직면한 데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ETF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각 운용사가 관련 사업 확대에 나섰지만, 전문 인력은 여전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ETF 시장은 2000년대 초 삼성운용이 'KODEX 코스피200 ETF'를 첫 출시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미래에셋운용이 참전하며 경쟁이 본격화되고 운용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부터다. 15년이란 시간은 전문 인재를 양성하기에 충분치 않았다는 평가다.

      국내 ETF 인재풀은 사실상 삼성운용 출신으로 압축된다. 현재 주요 운용사의 ETF 사업을 이끄는 인물들은 대부분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가 삼성운용 시절 육성한 인재들이다. 이경준 미래에셋운용 ETF 전략본부장, 김남의 타임폴리오 ETF 본부장,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 등이 대표적인데, ETF 시장이 커진 만큼 인재풀도 다양화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구인난을 가중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연초라는 시점이다. 대형 운용사들이 1~2월 성과 평가와 보상을 마무리하는 시기여서 이직 시장이 얼어붙는 경향이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최근 작년 실적에 대한 성과급을 지급했다. ETF 수탁고가 45조원에서 63조원으로 40% 증가한 만큼 후한 규모의 성과급이 기대됐다는 후문이다. 삼성운용과 KB운용은 통상 2월 중 성과급을 지급하며, 현재 성과급 수령을 앞두고 있다. 한투운용 성과급 시기는 3~4월로 알려졌다. 

      지난 2023년도 임직원 평균 보수는 미래에셋운용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미래에셋운용의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임직원 1인당 평균보수액은 1억3900만원으로 전년(1억2500만원) 대비 11% 증가했다. 삼성운용과 KB운용은 각각 1억3300만원과 1억2000만원으로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한투운용은 1억300만원으로 1억800만원을 기록한 전년도보다 소폭 감소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이 커지면서 전문 인력 수요가 늘었지만 관련 경력이 있는 인재는 적은 실정이다. 성과급 시즌이 지나면 이직처를 찾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