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참석
올해도 반복한 IPO, 대형 M&A 추진
이번엔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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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과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대표는 미국 현지시각 14일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의 메인트랙(Main track) 발표를 진행했다.
메인 발표 전 간담회에서 나온 서 회장의 발표를 요약하면 ▲신약개발 로드맵(2025년 ADC 및 다중항체 신약 4건 등 2028년까지 총 13건의 임상시업계획 제출) ▲셀트리온홀딩스 기업공개(IPO) 추진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본격 추진 ▲2025년 4분기부터 대규모 M&A 추진 ▲인삼·홍삼 등 건강기능식품 사업 투자 검토 등이다.
셀트리온의 올해 매출 목표는 5조원이다. 서 회장은 내년부터 매년 40%씩 매출이 신장할 것으로 자신했다. 지난해 셀트리온의 매출 목표는 3조5000억원이었다. 이는 자가면역 치료제 ‘짐펜트라’의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자체 전망에 따른 것이다. 출시 초기였던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매출액은 각각 22억원, 64억원 수준이었는데, 서 회장은 올해 짐펜트라 매출이 7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셀트리온그룹이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한 CDMO 사업은 지난해 셀트리온의 100% 자회사로 출범한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가 주도한다. 매출 목표는 2031년까지 3조원이다. 아직은 공장 부지조차 선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르면 상반기 부지를 선정하고, 하반기 공사를 시작하겠단 계획이다.
CDMO 사업은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은 사업군에 속한다. 글로벌 CDMO 시장은 글로벌 1위 사업자인 스위스 론자(Lonza), 한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 독일의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ingelheim) 등 몇 곳이 과점을 이루고 있다.
글로벌 CDMO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4조원(182억달러)에서 연평균 약 11%씩 정장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롯데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대기업들이 사업확장을 꾀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일하다.
CDMO 사업은 개발부터 생산까지 고객사로부터 위탁을 받아 진행해야 하는 수주 사업인만큼, 글로벌 빅파마들과의 거래 관계를 맺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산 규모 기준 전세계 최대 수준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빅파마 20곳 가운데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수주 규모(약 5조원 이상)는 이미 연간 매출과 유사한 수준이다.
빅파마 입장에선 공급처의 다변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품질에 대한 안정성이 담보돼야하기 떄문에 신규 사업자에 문을 열어주기 쉽지않다는 평가다. 셀트리온은 자체 보유 물량이 있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으로 시장 진출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형 CDMO 기업들과 수주 경쟁에서 글로벌 빅파마들과의 새로운 거래선을 만들어 내는 데까진 다소 오랜 시일이 걸릴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셀트리온홀딩스의 IPO는 지난해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도 언급했던 내용이다. 서 회장은 지난해 컨퍼런스에서 "셀트리온홀딩스의 기업공개(IPO)를 추진,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100조원 규모의 헬스케어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이르면 지난해 말까지, 늦어도 올해 초에는 상장하겠단 계획도 밝혔다.
물론 이 같은 계획이 실제로 진행됐는지, 내부적으로 충분히 검토가 이뤄진 것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실제로 추진이 된다면 중복상장 이슈를 비롯한 투자자들의 반발도 예상해 볼 수 있지만, 여러 변수를 충분히 고려했는지는 미지수이다. IPO를 전제로 한 100조원 규모 펀드 결성 계획은 이미 투자자들 사이에선 잊혀진지 오래다.
서 회장은 올해 발표에선 셀트리온홀딩스의 상장 시점을 2027년으로 특정했다. 서 회장은 “국내 증시가 저점을 지난 올해 하반기부터 M&A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4분기에 대규모 M&A를 한 뒤 상장하려는 계획”이라고 했다.
회사가 대규모 M&A를 추진하겠단 계획 발표 역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3년 초, 서 회장은 "대규모 M&A를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2022년)부터 준비해 왔다"며 "4조~5조원 자금을 마련해 오는 3분기쯤 집행할 계획이다"고 밝힌 바 있다.
오너의 발언 이후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형 M&A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다. 회사는 미국 박스터인터내셔널의 CMO 사업부 인수를 검토하고 있단 발표까지 했지만 무산됐다.
지난해 JP모건 컨퍼런스에선 "회사의 인재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회사를 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현재, 같은 컨퍼런스에서 다시 M&A 카드를 꺼냈다.
서 회장은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분야에 투자해 'K-푸드'를 키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인삼과 홍삼 같은 식품분야를 눈여겨 보고 있다"고 했다. 물론 그 대상과 시기는 특정하지 않았다.
셀트리온은 한국을 넘어 국제 무대에서도 주목받는 제약사로 변모했다. 바이오 산업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셀트리온을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키워낸 서정진 회장의 공은 인정 할 만하다.
서 회장의 발언은 한국에 국한한 일부 투자자들과 열혈팬들에게 가볍게 전달될 수준이 아니다. 서 회장의 말 한마디에 수 만명의 주주들이 움직이고, 해외 주요 투자자들은 그를 통해 기업의 신뢰도를 측정한다. 예측 가능한 기업은 오너의 비전에 걸맞는 현실성 있는 계획을 보여주고, 결과물로 증명하는 기업이다. 서 회장의 발언들이 더 이상 공언(空言) 그치질 않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