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뜨뜻미지근' 했던 LG CNS, 올해 IPO 시장 무게추 '해외'서 '국내'로
입력 2025.01.17 18:15
    환율 변동성에 해외 기관투자자 관심 '뚝'
    HD현대마린 대비 저조한 경쟁률 기록한 LG CNS
    향후 대형 IPO은 국내 투자자 수요 확보에 무게 실을까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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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IPO(기업공개) 시장의 흐름이 변곡점을 맞이할까. LG CNS 수요예측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저조한 가운데, 국내 IPO 시장의 무게중심이 해외 기관투자자 유치에서 국내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 CNS가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약 2000여곳의 기관이 참여했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의 수요예측 당시 해외투자자 경쟁률 약 22대1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 결과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가 높은 가격대를 선호했으나 실질적인 청약 규모는 예상보다 저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실제 해외기관의 청약 물량이 1466만주(9000억원)에 그쳤으며, 이 중 205만주(1270억원)는 공모희망가 밴드보다 낮은 가격에 주문이 이뤄졌다. 이는 전체 해외기관 청약 물량의 14%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컸다"며 "이번 LG CNS는 해외 기관투자자의 국내 투자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공모주 시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10~20%의 수익률이 환손실로 상쇄될 수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LG CNS의 수요예측 흥행의 성패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수요를 얼마나 모으느냐에 달려있었다는 분석이다. 상장 주관을 맡은 국내 주관사들은 국내 기관 마케팅에 집중했고, 기관투자자들도 오랜만에 등장한 빅딜인 만큼 공모물량을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 새롭게 하이일드 펀드를 조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국내 기관들은 100대 1을 웃도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공모가도 최상단(6만1900원)에서 결정됐다.

      이는 그간 국내 IPO 시장의 흥행 성공과는 다른 양상이다. 특히 조 단위 물량을 공모해야 하는 대형 IPO의 경우 해외 기관투자자 수요 확보가 핵심이었다. 더 많은 투자자 참여를 유도해 공모 물량에 대한 경쟁을 촉발하고, 특히 해외 롱펀드(장기투자형 펀드)를 끌어들이는 것이 IPO 흥행의 공식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해외 기관투자자 간 역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의무보호예수(락업) 조건 없이도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엄격한 락업 조건을 감수하고도 상대적으로 적은 물량을 받아야 했다. 

      해외 롱펀드조차 상장 첫날 높은 시초가에 물량을 매도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와 달리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수개월간 매도가 제한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커졌다. 실제로 이번 LG CNS 수요예측에 참여한 45곳의 해외 기관투자가(주관사가 실체를 확인한 기관 기준) 중 락업을 약속한 곳은 전무했다.

      이번 LG CNS의 사례가 이러한 불균형 해소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와 해외 기관 물량 배정을 하나의 북(book)에서 하는 '원북' 도입 이후로도, 해외 기관은 일반적으로 국내 기관과 비슷한 수준의 물량을 배정받아왔다. 

      비슷한 사례가 쌓여가며, 향후 이 같은 관행이 변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해외투자자에 대한 과도한 물량 배정이 수요예측 흥행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국내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공모주 시장이 재편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기관투자자로만 조단위 공모금액을 모으는데 성공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1조4917억원 규모의 공모를 진행하면서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사로만 주관사단을 구성했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올해 대형 IPO를 준비하는 증권사들이 LG CNS의 수요예측 사례를 주의깊게 보고 있을것"이라며 "국내 기관투자자 수요만으로도 목표 공모금액을 달성할 수 있었던 만큼, 향후 국내 수요 확보에 더 무게를 실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