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신청 받아 설 전에 금융당국 전달할 듯
4분기에만 150원 오른 환율에 CET1비율 '비상'
일부 완화 그칠 거란 전망도…13% 사수 '안갯속'
-
금융지주들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주환원 여력과 관계되는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이 외환포지션 관련 자본규제 완화 정책을 4분기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관련 신청 또한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지난 4분기에만 환율이 150원 이상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일부 금융지주의 경우 주주환원 확대 기준선인 CET1비율 '13%'를 하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연합회는 금융지주 및 은행들로부터 비거래적 성격의 외환포지션과 관련해 환율변동 등에 따른 시장리스크를 위험가중자산 산출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자본규제 완화 조치 적용을 위한 신청을 받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설 연휴 전에 신청 내용을 취합해 금융당국에 전달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각 금융지주 및 은행들의 신청 내용을 검토해 지난해 4분기 실적부터 관련 내용을 곧바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자 이같은 내용의 자본규제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단기적인 환율 변동성이 금융사 건전성·유동성·재무안정성에 미칠 영향 및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앞서 금융당국이 발표한 내용 중에는 신기사펀드·벤처펀드 등 투자조합 등에 대해 펀드 전체를 주식으로 취급하지 않고 편입자산별로 위험가중치를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그러나 해당 조치는 세칙 개정이 필요한 특성상 1분기 이후로 미뤄졌다.
반면 당국은 구조적 외환포지션과 관련한 시장리스크를 위험가중자산 산출에서 제외하는 내용은 곧바로 적용키로 했다. 이에 금융지주 및 은행들도 내부적으로 구조적 외환포지션을 파악하고, 관련 신청 절차를 밟으면서 제도 적용을 위한 준비에 분주한 모양새다.
금융지주들이 이처럼 분주하게 움직이는 건 곧 발표할 4분기 실적에서 자본비율이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외화 자산의 원화 환산금액이 늘어나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하는데, 이는 RWA를 분모로 하는 자본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특히 금융지주들은 CET1비율 방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밸류업 정책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대부분의 금융지주들이 CET1비율 13%를 기준으로 주주환원율 확대를 밝힌 터라 13%를 밑돌 경우 밸류업 이행 여력에 의구심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주들은 지난해 4분기 유가증권을 매각하고 위험자산 성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자본비율을 타이트하게 관리해 왔다. 여기에 해외법인 출자금과 같은 비거래적 성격의 외환포지션에 대한 시장리스크를 위험가중자산 산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통해 환율 영향 최소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이같은 조치가 자본비율 하락 영향을 최소화할 수는 있어도 CET1비율 하락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는 어렵단 게 업계 시각이다. 각 금융사마다 해외법인 출자금 규모가 달라 일률적으로 판단하긴 어렵지만 환율 상승에 따른 CET1비율 하락을 일부 완화하는 데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3분기 말 CET1비율이 13.85%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 KB금융과 달리 신한지주(13.13%)와 하나금융(13.17%)은 환율 상승 시 CET1비율이 13%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지주는 CET1비율이 11.96%로 12%를 밑돈다.
특히 외화자산이 많은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자본규제 완화에도 CET1비율이 12.0%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나금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CET1비율이 2.5bp(1bp=0.01%포인트)가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되는데, 지난해 4분기에만 원달러 환율이 150원 이상 상승했기 때문에 CET1비율이 기본적으로 38bp 하락하게 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해외 법인 출자금을 위험가중자산 산출에서 제외하면 환율 상승에 따른 하락 영향은 조금 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율 상승에 따른 CET1 하락분만큼 자본규제 완화 효과가 나타나거나, 대출 성장치 조정 등으로 위험가중자산 성장률을 얼마나 관리했는가가 4분기 CET1비율 13% 달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