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로 뛴 아워홈 몸값…구지은엔 '염가매수' 기회, FI엔 무리수?
입력 2025.01.20 07:00
    구지은, PEF 등 FI와 인수 논의 나서
    너무 높은 가격·불리한 조건 걸림돌
    의지 높은 한화,자금 조달 준비 마쳐
    정관 해석 이슈도 남아…"변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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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그룹이 아워홈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인 가운데 아워홈 오너일가 삼녀인 구지은 전 부회장이 반격에 나섰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복수의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FI(재무적투자자)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만 안정적인 사업과 별개로 높은 인수가격과, 경영권 위임 조건 등을 고려했을 때 FI들이 구 전 부회장의 우군으로 나서기까지 걸림돌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17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구지은 전 부회장은 어펄마캐피탈 등 일부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구본성 전 부회장, 구미현 회장 지분을 되사오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FI들이 구 전 부회장 측에서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38.56%), 장녀 구미현 회장(19.28%) 보유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 행사를 확정하면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아워홈 인수에 대한 높은 의지를 보인다고 전해진다. 한화그룹은 장남, 장녀 측에 주당 6만5000원, 아워홈 지분 100% 가치 기준 1조5000억원을 제안했다. 우선매수권 행사는 동등 조건 이상만 가능하기 때문에 구 전 부회장 측이 FI들과 장남, 장녀 지분을 인수한다면 같은 가격으로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구 전 부회장은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는 방안을 고수 중이다. 구 전 부회장은 아워홈의 견조한 실적 등을 근거로 경영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앞서 구 전 부회장은 일부 투자자들에게는 기업가치 2조원에 상당한 눈높이를 제시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한 PEF 관계자는 “과거 구 전 부회장이 생각한 가격이 훨씬 더 높았던 만큼, 현재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매수할 수 있는 가격인 1조5000억원은 오히려 낮아진 셈”이라며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PEF 입장에서는 경영권을 갖고오지 못하면 담보 없는 대출이다”라고 말했다. 

      아워홈 장남과 장녀 측은 한화그룹에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상태다. 협상은 마무리됐고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화 측이 구 전 부회장을 제외한 장남과 장녀 지분을 인수하면 58%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아워홈 정관상 주요 의사결정 시 발행주식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한화 측이 안전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가 지분 매입이 필수적이다. 

      한화가 제시한 1조5000억원은 시장 눈높이보다 훨씬 높다. 그럼에도 한화 입장에서는 ‘해볼 만한’ 거래로 관측된다. 아워홈 인수는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김 부사장이 유통 및 외식 사업을 꾸리고 있는 만큼, 사세 확장을 위해서 이만한 매물이 없다는 평이다. 한화 측은 계열사인 한화비전 동원과 더불어 IMM크레딧솔루션(ICS)을 FI로 확보했다. 일부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자체 자금에 더해 인수금융도 활용할 전망이다. 

      한편, 구지은 측에 돈을 대야 하는 FI들은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다. 투자업계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해도 아워홈 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평가하긴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아워홈의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9835억원, 영업이익은 943억원이다. 지난해 매출이 2조원대로 올라선 것으로 추정된다. 아워홈과 실적이 비슷한 현대그린푸드의 현재 시가총액은 4800억원대다. 현대그린푸드의 지난해 매출은 2조2898억원에 영업이익은 1131억원이다.

      아워홈 자체는 안정적인 투자처란 평이다. 과거 아워홈 오너가가 지분 매각에 나섰을 때도 글로벌 PE를 포함해 다수의 FI이 인수를 검토한 바 있다.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급식업계가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외식 물가가 상승하면 구내식당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인수 가격도 높은데 구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고수하면서 FI에 유리한 조건을 내걸 의지가 높지 않은 점이 걸림돌이다. 안정적인 사업이지만 큰 업사이드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점도 고려된다. 회사 전체를 담보로 잡아도 사실상 1조가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1조5000억원의 가치로 투자하기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비싼 가격이기 때문에 FI들이 아무 조건 없이 들어가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며 “(구 전 부회장이) 여러 곳과 논의하고 있지만 이 가격에 과연 투자가 가능한지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관 해석을 두고 변수도 남아있다. 남매간 우선매수권을 보장하며 주식의 타인 양도를 제한하는 아워홈 정관이 상법의 취지와 맞지 않아 우선매수권 효력 여부 자체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정관 문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문제기 때문에 우선매수권의 ‘효력’ 자체를 없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결국 구 전 부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활용할 것인지 아닌지가 관건이다. 한화 측에서는 구 전 부회장 측에 이미 여러 차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기회를 줬고, 구 전 부회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우선매수권이 사실상 소멸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구 전 부회장은 아직 우선매수권 행사 제안을 정식으로 받지 않았고 절차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선매수권과 관련한 법적 분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양측은 법률검토인을 선임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구 전 부회장 측이 우선매수권을 근거로 법원에 장남, 장녀의 지분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낼 가능성이 있다. 법원이 해당 우선매수권의 유효성을 부정하고 가처분신청을 기각한다면 구 전 부회장 측은 한화그룹의 지분 인수를 막지 못할 전망이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한화 측은 김동선 부사장에 ‘챙겨주는’ 차원에서 이만한 매물이 없으니 딜을 하겠지만, 구지은 전 부회장과 손잡을 FI 입장에서는 어려운 가격으로 보인다”며 “비상장사의 소수지분을 갖고 있는 점은 현실적으로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결국 구 전 부회장도 지분 매각을 하든 돈을 모아 인수에 나서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