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주 국민연금 CIO 연임 불투명…탄핵 정국에 당분간 업무는 이어갈 듯
입력 2025.01.20 07:00
    서 CIO, 내부 논의서 연임 않는 걸로 가닥
    높은 운용 수익률 불구 정치적 외풍 영향
    10년간 연임은 단 한명…임기 다 못 채우기도
    당장 후임 인선 못해…직무 당분간 이어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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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 노후자금 약 1100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연초부터 '핵심 리더'인 기금운용본부장(CIO)의 거취 문제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서원주 CIO의 임기가 지난달로 종료됐지만, 후임 인선 절차에 돌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운용업계에서는 서 CIO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다만 최근 내부 논의에서 연임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 개각 지연으로 당장 후임자를 선정할 수 없는 연유로 서 CIO가 당분간 업무를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원주 국민연금 CIO는 지난달 26일자로 2년간의 임기가 마무리됐지만, 현재까지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행법상 임기 만료 후에도 후임자 선임 전까지는 계속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까닭이다.

      국민연금 CIO는 2년의 임기 종료 후 성과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서 CIO의 연임이 확실시된다는 전망이 많았다. 지난 2년간 높은 운용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취임 첫 해인 2023년에만 100조원이 넘는 13.6%의 역대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10월까지 11%가 넘는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내부 논의에서, 서 CIO가 연임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수익률 및 조직 운영 성과와는 무관한, 정치적인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국민연금 CIO 자리는 정치적 외풍에 취약하다는 평가다. 지난 10년간 연임에 성공한 사례는 안효준 CIO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안정적인 수익률 제고를 위해선 CIO가 장기적으로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정권 교체와 보건복지부 개각 등과 맞물려 연임은 커녕 임기를 다 채우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국민연금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최근 내부적으로 서원주 CIO가 연임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고, 서 CIO에게도 해당 사실이 통보된 걸로 안다"라며 "다만 탄핵 정국으로 당분간 후임 인선 절차에 돌입하기 어려워 한동안은 서 CIO가 계속 직무를 수행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CIO 선임은 국민연금 이사장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앞서 대통령실은 올해 초 장·차관급 개각을 단행할 예정이었지만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안 통과 등으로 개각이 무산됐다.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복지부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들도 산하기관의 인사를 검토할 여력이 없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되면서, 조기 대선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이르면 4월, 늦어도 6월에는 조기 대선이 진행될 것이란 설명이다. 대선 이후 개각이 이루어지면 국민연금도 후임 CIO 인선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선에만 보통 3개월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임 CIO는 빨라도 올 연말에야 임명이 가능하다.

      결국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서 CIO는 '연임에 실패했지만 연임에 성공한'(?) 모양새로 올 한해 계속 직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연임 무산 여부와 관계없이 서 CIO는 당분간 직무를 계속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금의 정국이 장기화한다면, 1년 연임된 것과 다를 바 없이 올 한해 내내 직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은 "CIO의 연임 여부와 관련해서는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