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임단협 과정에서 잡음
신한카드는 박창훈 신임 대표와 3.3% 인상률 합의
우리카드도 지난주 임단협 시작…외부 출신 '주목'
-
금융지주 계열 카드 노조들이 올해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잡음을 빚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수장이 전면 교체된 해인 만큼 첫 임금협상 과제를 두고 신임 수장들이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올해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앞서 임단협 협상이 결렬되면서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던 신한카드는 박창훈 신임 대표와 협상 끝에 지난 13일 임금인상률 3.3%로 합의했다.
나머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도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성과급 지급을 두고 노사 간 의견이 엇갈렸던 KB국민카드 노조는 지난 15일 가까스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나카드 노조도 임단협 관련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사장실 앞을 점거하는 등 노숙투쟁에 돌입했다.
우리카드 노조는 타 지주계열 카드사 대비 임단협 시작이 늦었다. 신임 사장 취임 이후인 지난 10일 임단협 킥오프를 시작하고 노사 간에 안건을 공유 중인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의 임단협 과정에서 잡음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카드 노조는 산별 노조이지만 은행과 달리 사측과 개별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은행보다 임금 협상이 까다롭다.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노조는 임금 협상 등에서 지주의 간섭을 받고 있어 기업계 카드사들보다 임금 협상이 더욱 까다롭다고 토로한다. 은행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임금 인상률 또한 기업계 카드사들보다 낮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카드업계 노조 한 관계자는 "지주에서 가장 큰 이익을 내는 게 은행이다 보니 은행 임금협상이 끝나면 카드사도 비슷한 수준으로 임금 협상이 이뤄지는 등 영향을 받을 때가 많다"라며 "지주 구성원도 은행 출신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은행 위주로 진행되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카드사 수장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라도 최종적으로는 '지주 눈치'를 보면서 임금 인상률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나 올해는 지주계 카드사 수장이 전원 교체되고 첫 해를 맞는 만큼 조합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설 거란 해석이 많다.
노조 또한 통상 새로운 수장의 임기 첫 해에는 비교적 강경한 자세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올해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카드사 수장들의 협상력이나 리더십이 임단협으로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지주나 사측은 올해 카드사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으로 실적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률을 제시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반면 노조는 지난해 최대 실적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주계열 카드사 중 가장 먼저 임단협을 마친 신한카드 노조는 박창훈 신임 대표가 내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협상이 빠르게 진행됐단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카드사 수장으로 은행이나 지주 출신들이 많이 오다 보니 카드업이나 노사관계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신한카드는 또다시 내부 출신이 대표로 오면서 어느정도 봉합됐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 및 성영수 하나카드 대표는 은행 및 지주에서 주요 커리어를 쌓아 왔다. 지주와의 관계를 활용해 원만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노조가 '낙하산'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는 점은 우려사항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카드 노조 또한 첫 외부 출신인 진성원 사장 체제에서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진 대표는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을 거치며 카드업계에서 30년 동안 경력을 쌓아 왔다. 우리카드 노조 한 관계자는 "외부 출신 사장이 처음이라 우려도 있고 카드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는 기대감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