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FI 청구서 째깍째깍…올해 내내 이어질 상장 걱정
입력 2025.01.21 07:00
    SK온·에코플랜트·티맵 등 2022년 전후 FI 유치
    올해~내년 중 FI 자금 상환 스케줄 돌아오지만
    실적 부진에 증시도 불안정…상장 전망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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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그룹 계열사들이 재무적 투자자(FI)들에 자금을 돌려줘야 할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대부분 유동성 호황기에 높은 가치로 투자금을 받았는데 각 기업의 실적이나 최근 시장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 계열사들은 올해 내내 어떻게 높은 가치로 증시에 입성할 것인지 전략을 짜는 데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2021년말부터 상장전투자유치(프리IPO)에 나서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조단위 자금을 FI로부터 유치했다. 당초 상장 목표는 2026년 말까지였는데 이를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IPO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SK온은 작년 알짜 계열사를 흡수하며 체력을 보완했지만 본업 부진이 뼈아프다. 자금력은 여전히 부족하고 중국 기업과 경쟁도 쉽지 않다. 여러 차례 FI를 들이는 과정에서 보장 조건이 더 빡빡해졌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사업 매력도는 줄었는데, 상장 난이도는 높아졌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자금이 부족하니 인재 확보에 애를 먹고 양산 실적을 쌓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산업 전체가 생산 과잉인 상황에서 SK온이 IPO 전까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FI에 1조원 규모 우선주를 발행하면서 내년을 상장 시점으로 제시했다. 투자를 받을 때는 환경기업으로서 높은 기업가치를 기대했지만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았다. 건설·플랜트 등 본업까지 주춤하자 FI들의 우려가 커졌다.

      작년 SK그룹은 SK에코플랜트에도 우량 회사를 붙여줬다. 그만큼 몸값 기준도 높아지게 됐다. 투자자들은 증시에 입성하기 위해선 먼저 차입금을 줄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발 플랜트 물량이 늘어나면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에 반도체 소재 기업들이 더해지고 SK하이닉스 증설 일감도 늘고 있어 실적 개선세를 보면서 상장 일정을 조율할 것"이라며 "다만 차입금 규모가 과다하기 때문에 올 상반기 중에는 자산 매각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스퀘어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는 2021년 프리IPO를 진행하며 올해 상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회사는 최근 합작법인 우티의 지분을 우버에 팔았고, 자회사 서울공항리무진 매각도 추진 중이다. 비주력 사업을 정리해 몸집을 줄이고 있다. 결국 이런 작업을 통해 돈을 버는 회사로 탈바꿈해야 상장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스퀘어는 원스토어, 11번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원스토어는 2019년 프리IPO 당시 3년 내 상장하기로 약속했지만 무산됐다. 2023년말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며 2028년까지 시간 여유를 벌어둔 상태다. 일찌감치 상장 가능성이 사라진 11번가는 매각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SK그룹 계열사들이 유치한 FI 자금을 돌려줘야 할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지만 현재 증시 분위기를 감안하면 상장 전망은 불투명하다"며 "올해 내내 상환이나 차환, 조건 변경 등 논의가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계열사 중 여유가 있는 곳도 있다. SK엔무브는 2021년 유동성 호황기에 FI를 유치하며 5년 내 상장을 약속했다. 투자유치 당시 우려와 달리 꾸준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며 증시 입성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작년 11월 주관사단을 선정하고 상장 작업에 돌입했다.

      SK팜테코는 프리IPO 완료 후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회사는 최근 국내에 저분자·펩타이드 생산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2026년 본격적으로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신사업 진출 효과가 날 때까지 여유가 있는 만큼 향후 증시 입성 전략도 면밀히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