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받던 수수료, 갑자기 5000만원 내라? 신탁사ㆍ운용사 갈등 '급증'
입력 2025.01.21 07:00
    신탁사-운용사 우선수익자 변경 수수료 갈등 심화
    "기존 100~200만원 수준에서 6000만원까지 요구"
    우선수익자 변경 관련 규정 부재가 근본적 원인
    관리형토지신탁 위주 신탁사 수익 급감 원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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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부동산신탁사가 요구하는 우선수익자 변경 수수료가 큰 폭으로 상승하며 운용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기존 100~200만원 수준이던 수수료가 수천만원 대로 증가한 까닭이다. 

      운용업계는 단순 변경 업무에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신탁사들은 일반화하기 어려운 사례이며, 사업장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부동산신탁사들의 재무상황이 어려워진 점을 배경으로 꼽고 있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채권양수도 과정에서 신탁사들이 우선수익자 변경 수수료를 수천만원 수준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우선수익권은 담보신탁된 부동산을 팔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데 채권양수도 과정에서 우선수익자 변경 관련 과도한 보수를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며 부실채권(NPL)화 된 사업장이 매물로 많이 나오면서, 관련 사례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한 중견 운용사는 지난해 하반기 대출 만기 시점에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수도권 한 사업장의 채권을 양수도하고자 해당 담보물을 보유하고 있는 B신탁사에 우선수익자 변경 계약을 신청했다. 이에 거래 상대방인 B신탁사는 변경신탁계약 체결 및 신탁원부 변경 수수료로 각 6000만원을 요구했다. 운용사측은 우선수익 변경 계약은 신규 신탁계약과는 달리 업무가 단순해 6000만원의 수수료는 과도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딜 클로징 시점이 촉박해 수수료를 지급할 수밖에 없었단 설명이다.

      B신탁사는 "운용사와 협의를 거쳐 합의한 보수 금액"이라고 해명했다. 

      운용업계에선 우선수익자 변경 계약 수수료는 100~200만원 수준이거나 무료로 해주는 것이 관행이었으며, 수천만원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한다. 비슷한 사례가 늘어나며,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신탁사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 중에 있는 운용사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선수익자 변경 관련 명확한 규정이 부재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신규 신탁계약의 경우 각 신탁사별로 수수료율이 공시돼 있으나 우선수익자 변경 수수료는 대부분 '상호 협의하에 지급'으로만 명시된 까닭이다. 이로 인해 우선수익자 변경 수수료는 신탁사별로, 같은 신탁사 내에서도 팀별로 수수료 기준이 상이하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최초 계약의 경우 우선수익권 금액의 0.1% 등 정해진 수수료를 제공하고, 우선수익자를 변경할 때에는 100~200만원만 주면 됐다"라며 "최근에는 신탁사들의 업황이 많이 안 좋아져서 그런지 우선수익자만 변경하는데도 신규로 발급하는 것과 똑같은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주식으로 쉽게 예를 들자면, (우선수익자를 변경하는 일은) 주식을 샀으니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려 달라는 건데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린다고 해서 수천만원을 요구하는 건 너무한 처사"라며 "NPL 사업장을 계약하는 경우 신탁사를 새로 선정할 권한이 없는 까닭에 신탁사가 '갑'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지급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관리형 토지신탁을 중심으로 한 신탁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부동산신탁사들은 총 2400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 같은 기간 3600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을 고려하면 불과 1년 새 5000억원이 넘는 손해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신탁사의 경우 책임준공 의무 준수 관련 대손부담이 크게 발생하고 있다. 

      신탁업계는 우선수익권 발생 규모에 비례해 수수료를 받고 있기에 평균적으로 100만원 선이었다고 말하기 어렵단 입장이다. 신탁 종류별로 수수료율이 공시돼 있고, 운용사와의 협의에 따라 할인을 해주는 것이라 신탁 상품이나 사업장별로 다 다르다는 설명이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사업장에 EOD가 발생한 경우 신탁사는 대주단보다 후순위로 밀리는데, 우선수익자 변경 등 사무처리 비용은 우선해서 받을 수 있는 비용이기 때문에 일부 신탁사에서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신탁사 관계자는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장은 다른 업무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측면이 있고, 우선수익자 변경 작업도 신규로 발급해야 하는 만큼 작업이 생각보다 복잡하다"며 "관리형 사업장은 0.1~0.2% 요율로 책정하는데, 이대로 하면 오히려 수수료는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