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좋지만 지급여력 비율은 하락
떨어지는 킥스비율 주주환원에도 영향 줄 듯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성과급 잔치’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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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작년 호실적을 바탕으로 역대급 성과급이 예상되고 있다.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지속되고 지급여력 비율(킥스 비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성과급 잔치’란 비판도 만만치 않다. 금융당국에서 보험사 건전성 강화를 요구하는 상황이라 배당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선 중장기 주주친화 정책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생명은 직원들에게 최근 10년간 제일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3분기 누적으로 2조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40.9% 증가한 수준이다. 연간으로는 2조4000억원에 가까운 순익이 전망된다.
이에 따른 예상 성과급 지급률은 연봉의 34~38%로 예상된다. 삼성생명은 연초에 세운 목표를 초과한 이익 중 20% 한도 내에서 연봉의 50%까지 성과급을 지급한다.
한 삼성생명 관계자는 “정해진 성과급 지급 기준에 따라 성과급이 정해진다"라며 "설 전후로 성과급 규모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한 만큼 높은 성과급 역시 당연한 일이겠지만, 현재 보험업계를 둘러싼 환경을 보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당장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초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 “과도한 성과급이나 배당에 유의하라”라고 경고한 바 있다. 금융당국의 논리는 IFRS17 도입으로 인한 실적 변동성이 큰 만큼 향후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때까지 과도한 성과급이나 배당으로 회사의 건전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보험사들은 금리예대마진(대출과 예대 금리차로 인한 수익)을 통해 실적을 내는 은행과 달리 영업으로 실적을 내는 만큼 성과급 지급에 대한 당국의 권고를 사실상 거부한 바 있다.
이번에는 이런 논란이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삼성생명만 하더라도 킥스비율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193.5%를 기록하며 전분기 201.5%보다 8%포인트 낮아졌다. 삼성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이 20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나 삼성생명의 경우 타 보험사 대비 삼성전자 주식 영향이 크다는 점도 킥스비율 관리에 어려움으로 지목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15%를 보유하고 있는데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할 경우 킥스 비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삼성전자 주가가 다소 회복했긴 했지만 여전히 ‘5만 전자’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삼성생명은 작년 11월 컨퍼런스에서 킥스 비율 관리 수준을 180~190%로 하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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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금융당국에서 보험사 회계처리 방식을 더욱 보수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무저해지 해지율 가정 변경, 공시이율 회계처리 방식 변경 등을 통해서 ‘실적 부풀리기’에 대한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자연스레 보험사들의 실적감소 및 킥스비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생명도 예외는 아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연말 결산에서 보험사들이 킥스비율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라며 “겉으로 드러난 실적을 보고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하지만, 실적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지고 킥스비율 하락이 이어지는 만큼 지난해에 이어 성과급 지급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해당 이슈는 삼성생명 배당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상반기 3~4년 내로 주주환원율을 5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밸류업 공시는 미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작년 11월 삼성생명 최고재무책임자인 이주경 경영지원실장은 “밸류업 공시가 좀 늦어져서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라며 “올해 경영실적을 토대로 내년 경영계획과 성장전략을 수립해 충실히 반영하는 대로 공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킥스 비율이 200% 이하로 떨어지고, 삼성전자 주가 부진에 따른 영향이 지속되면 밸류업 공시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킥스비율이 200%가 넘는 보험사에만 한해 배당가능 이익을 늘리도록 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배당 가능이익이 10조원에 달하지만, 킥스비율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킥스비율 안정화가 이뤄진 이후에 밸류업 공시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역대급 성과급에도 과연 삼성의 ‘성과주의’에 부합할 정도의 혁신과 변화가 있느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생명 뿐 아니라 삼성금융 전반적으로 ‘순혈주의’가 강해지고, ‘회전문’ 인사가 반복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삼성자산운용 대표에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을 지낸 김우석 부사장이 선임된 것을 두고도 '또 삼성생명 출신'이란 말이 나온다. 역시 삼성생명 출신으로 지난해 삼성운용 ETF를 총괄했던 하지원 부사장은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하 부사장 시절 삼성운용 ETF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삼성생명 출신이라 영전이 가능했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최근엔 오히려 내부인사들의 외부유출을 더 우려해야 하는 실정이란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연말인사에서도 삼성생명 출신들이 약진했다”라며 “일부 외부인사를 영입하기도 하지만, 보수적인 문화로 중도 이탈하거나 최근엔 오히려 확실하게 성과 중심주의인 경쟁사를 찾아 떠나는 인재도 많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