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및 경영 환경 악화 영향 커
"공급 증가와 대기업 이탈이 오피스 변수"
오피스 이전 검토 외국계 기업들 '일시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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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서울 3대 권역(CBD, GBD, YBD)에서 사옥을 옮기거나 이전을 검토하는 국내 대기업이 늘고 있다. 이들 다수는 경영 효율화를 앞세워 저렴한 임대비용을 찾아 나섰다. 주요 권역 오피스의 새 임차인으로 외국계 기업이 거론된다. 하지만 계엄 사태 이후 이들의 결정은 늦어지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작년 8월 그룹의 비상경영체제 선포 전후로 롯데월드타워를 떠났다. 롯데컬쳐웍스(27층)는 지난 5월 서울 송파구 삼성생명 빌딩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롯데온(25~26층)은 7월 테헤란로에 위치한 삼성동 공유 오피스 위워크 타워로, 롯데헬스케어(27층)는 10월 서울 강남구 선릉 스파크플러스로 이전했다. 롯데면세점은 6월 매장 규모를 줄여 롯데월드타워 타워동 매장(8~9층) 영업은 종료하고, 에비뉴엘동 매장(7~8층)만 영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롯데하이마트는 본사를 서울 강남구에서 서울 보라매역(동작구~영등포구)으로 옮길 계획을 밝혔다.
전사 차원에서 비용 절감에 나선 SK그룹도 계열사의 사옥 이전 움직임이 관측된다. 11번가는 지난 9월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경기도 광명시 유플래닛타워로 이전했다.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 입주한 SK이노베이션, SK머터리얼즈, SK스페셜티 등은 올해 계약 만기 이후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SK C&C·티맵모빌리티(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와 SKC(서울 종로구 더케이트원타워)는 서울 중구 충무로15빌딩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와 SK에코엔지니어링은 각각 서울 종로구 수송스퀘어와 서울 종로구 트윈트리타워에서 서울 영등포구 양펑동4가 오피스 빌딩으로 사옥을 옮길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본사와 연구소를 인천 송도로 이전한다.
DL그룹은 올 하반기 서울 종로구 돈의문 D타워에서 나올 예정이다. DL이앤씨는 서울 강서구 원그로브로 이전하며, 이외의 다른 계열사는 옛 사옥 대림빌딩이 있는 서울 종로구로 입주할 계획이다. DL건설은 6월 계약이 만료되는 여의도 FKI타워와 임차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으며, 새 사옥 후보지로 DL이앤씨 근처인 마곡 인근이나 경기도 부천이 꼽힌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에 입주한 지 2년 만에 오는 2월 서울 영등포구 KB영등포타워로 이전한다. 이외에 쿠팡,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인터파크 등도 사옥 이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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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종합부동산 자문사가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공통적으로 오피스 수요는 꾸준하지만 공급 증가와 대기업 이탈 등을 변수로 꼽았다.
젠스타메이트는 상업용 부동산의 오랜 터줏대감 오피스 빌딩이 곧 다가올 공급 증가를 대비해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젠스타메이트는 "3대 권역 중 CBD의 경우 2024년 연말부터 대형 오피스 공급이 예정대로 진행 중에 있으나 입주가 예정된 임차사가 많지 않아 각 사업별 공급 시점에 맞춰 서울 전체 공실률 상승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실률은) 2026년 말 기준 8.7%, 2029년까지 최소 약 14%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분석했다.
CBRE코리아는 최근 임차 트렌드로 양극화와 탈권역화를 꼽았다. CBRE코리아는 "자동차 관련 대기업 및 테크 기업의 약진과 함께 고급 오피스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며 고품질 오피스 공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반면, 일부 대기업 및 그 계열사를 중심으로 악화한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탈권역을 검토하는 사례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컬리어스코리아는 대기업 계열사 구조조정 여파에도 공실률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파악했다. 컬리어스코리아는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기업의 구조조정 계획이 한국 오피스 임대차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이 기업의 투자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오피스 임대차 신규 수요 감소와 더불어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임차인 이동의 여파가 2025년 임대차 시장에 계속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권역별로 수요가 차이가 날 거로 전망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사무직 종사자의 증가로 오피스 수요는 계속해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경기 침체와 경영 환경 악화로 감평 혹은 이전을 고려하는 기업이 관찰되고 있어 일부 권역은 공실이 소폭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경기 침체와 경영 환경이 악화하며 국내 기업은 사옥을 이전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외국계 기업은 주요 권역에 입주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상대적으로 인력 이동이 자유로운 외국계 기업 특성상 직주근접 여건이 떨어질 경우 인력 이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다만 외국계 기업 또한 신규 오피스 수요가 일시적으로 위축된 분위기다. 계엄 사태 이후 국내 오피스로 입주를 준비하던 일부 외국계 기업이 계획을 보류했다. 특히, 올해 1분기에 입주를 검토하던 기업들 위주로 한국의 불확실한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연초 이후 외국계 기업이 주요 권역 입주를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일부 사례라 일반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A급 오피스 임대료와 리모델링 비용이 이례적으로 오른 만큼 재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