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프랙시스, JKL 조단위 펀딩 막바지
쟁쟁한 경쟁 상대 사라진 펀드레이징 시장
기관들 출자 기조는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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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어수선한 정치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요 기관투자자(LP)들의 올해 출자 사업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에도 해외 기관들의 투자는 주춤했으나, 국내 기관들은 기존 출자 규모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리는 모습도 나타났다.
주요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지난해 펀드 결성을 마쳤거나 상당수가 올해 초 펀드 조성을 완료한다. 지난해 결성을 완료한 주요 운용사들의 펀드 규모는 15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펀드 조성을 마친 대형사들은 투자에 집중, 중소·중견 운용사들은 펀드레이징에 주력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70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6호 펀드 결성을 추진중이다. MBK는 상당수의 자금을 해외에서 출자 받았지만, 지난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에서 대규모 자금을 위탁 받았다. MBK는 기관투자자 출자사업으로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 원자력환경공단의 컨테스트에 참여해 최종 위탁운용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르면 올해 1분기 내 3차 클로징을 완료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7월 한국만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운용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4호 블라인드펀드(34억달러, 약 4조4000억원) 결성에 성공했다. 한앤컴퍼니는 대부분의 자금을 아시아, 북미, 중동 등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모았으나 최근 들어 국내 펀딩 시장에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실제로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2023년)로 선정되기도 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지난해 말 5호 블라인드펀드(로즈골드5호) 결성을 마쳤다. 일찌감치(2022년) 펀드레이징을 시작했고, 최종 결성 시한에 맞춰 하우스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2조원의 펀드 결성을 끝냈다. 지난해엔 공무원연금, 총회연금재단 등이 출자했다. 펀드엔 기관투자가 약 50여곳이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VIG파트너스는 1조원 이상을 목표로 펀드레이징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출자사업에선 2년 연속 고배를 마셨지만 우정사업본부와 사학연금 등 굵직한 기관들로부터 출자 받아 6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모은 상태다. 올해부턴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펀드레이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어느덧 대형사 대열에 합류한 프리미어파트너스 역시 1조원 이상의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추진중이다. 프리미어는 국민연금, 산업은행, 공무원연금, 수출입은행, 과학기술인공제회 등 지난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운용사 중 하나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총 84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아 1차 클로징을 완료했는데, 올해부턴 해외 펀드레이징에 집중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프랙시스캐피탈 또한 지난해 가장 주목받는 운용사 중 하나였다. 국민연금, 산업은행, 과기공, 새마을금고 등으로부터 출자를 받았고 올해 8000억~1조원 규모의 펀드 결성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된다.
1~2년 전부터 펀드레이징에 열을 올렸던 대형사들이 올해부터 기관 출자사업에 대거 불참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제부턴 그 빈자리를 노리는 운용사들의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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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대형사들 가운데는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 H&Q AP 등이 컨테스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글랜우드는 최근엔 2018년에 결성한 1호 펀드(4500억원 규모)를 내부수익률(IRR) 29%로 청산했다. PI첨단소재, CJ올리브영 등의 주요 회수 성과로 기록됐다. 지난해엔 SK피유코어, SGC그린파워 등에 투자하며 보유한 펀드의 소진율을 높였다. 이 같은 성적표를 바탕으로 올해부턴 본격적인 3호 펀드레이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사모펀드 1세대로 불리는 H&Q AP 역시 회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부턴 본격적으로 컨테스트에 나선다. 3호 펀드는 잡코리아의 투자회수 성과가 돋보였고, 직전 펀드인 4호펀드(2020년 결성)는 현대엘리베이터(3200억원)와 에이치앤이루자(1000억원), 최근엔 한국OGK 등에 투자하며 대부분을 소진했다.
국내 PEF 운용사 대표급 관계자는 "지난 1~2년간 기관 출자 사업에 주요 운용사들이 참여했고, 이 중 대부분이 펀드 결성 막바지 단계에 다다른 상태"라며 "대형사 몇몇과 중견 운용사들 상당수가 올해를 펀드레이징 기회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기관 컨테스트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체투자 분야에 힘을 싣는 기관투자가들의 기조는 펀드레이징을 준비하는 운용사들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관투자가 입장에선 주식과 채권 등에만 의존해선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점차 늘어나는 자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 대체투자 분야, 특히 PEF 분야에 대한 출자 사업을 유지하거나 점진적으로 늘려야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다른 PEF 대표는 "우리나라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기관들의 출자사업은 꾸준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초 펀드 결성을 마무리 하려했으나, 출자시장 경쟁 상황을 고려해 조금 더 증액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