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슈퍼싸이클 넘어선 최대실적…내년 HBM물량 선점도 가시화
입력 2025.01.23 11:33
    영업이익 23.4조…6년 전 슈퍼싸이클 넘어 사상최대
    경쟁사 고전, 하이닉스만 최대실적 경신
    상반기 중 내년 HBM 선점 가시화
    공정 경쟁력도 독주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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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공식을 새로 써나가고 있다. 업황이 최악으로 치달아도 고객 기대를 충족하는 공급사는 이를 비껴갈 수 있다는 점을 실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벌써 고객사와 내년 이후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을 논의하고 있어 당분간 SK하이닉스의 독주 체제가 유지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3일 SK하이닉스는 실적 발표회를 열고 지난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9조7670억원, 영업이익이 8조82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연간 매출액은 66조1929억원, 영업이익은 23조4673억원으로 지난 2018년 서버 시장 확대로 인한 슈퍼싸이클(초호황)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률은 41%를 기록하며 전반적으로 시장 기대치에 딱 들어맞는 성적표를 거둔 것으로 확인된다. 

      업황 부진으로 인한 타격을 거의 입지 않은 성적으로 풀이된다. 작년 하반기 들어 범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과 중국 업체의 레거시 D램 공급 증가가 겹치며 대부분 경쟁사가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만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되는 최선단 공정 기반 DDR5 D램과 HBM 공급에 집중하며 DDR4와 같은 레거시 제품 비중을 줄이는 유연한 전략을 펼친 덕이란 평이다. 작년 SK하이닉스 D램 판매에서 DDR4와 같은 레거시 제품 비중은 20%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이 비중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날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물량과 가격 중심의 상품 시장이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사양 중심인 고객 맞춤형 시장으로 변화했다"라며 "고객 요구를 적기에 충족할 제품을 공급할 수 있으면 메모리 반도체 공급사도 안정적 실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한 해였다"라고 설명했다. 

      HBM 시장에서의 독주 체제에도 변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엔비디아 가속기(GPU)에 탑재할 HBM4 양산 공급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기술 안정성과 양산성을 확보한 1b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HBM4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고객사와 내년도 차세대 HBM4 16단 제품 공급을 논의하고 있어 상반기 중엔 물량 대부분의 가시성을 확보할 것이라 밝혔다. HBM4 16단까지는 기존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을 활용하되 최초로 베이스다이는 TSMC의 로직 파운드리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최선단 공정인 1c나노 DDR5 D램에서도 이미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미 개발 단계에서부터 초기 목표수율을 상회하고 있어 연내 양산이 가능한 수준에 접어든 만큼 향후 고객사 요구에 맞춰 공정 전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c 공정에서 선두 지위를 확보한 만큼 내후년 HBM4e 수주전에서도 경쟁사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설비투자는 작년보다 소폭 늘어날 예정인 가운데, 이미 고객이 확정돼 있고 돈이 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투자한다는 기조가 유지된다. 투자액 거의 대부분을 HBM과 관련 인프라 확보에 쏟아붓는 식이다. 그러나 향후 업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투자 계획을 조절하더라도 미래 시장 대응을 위한 M15X와 용인클러스터 1기 팹(fab)은 선제 투자를 이어가기로 했다. 

      주주환원책은 재무건전성 우선 회복에 초점을 맞춰 일부 변경됐다. 당초 SK하이닉스는 주당 1200원의 연간 고정배당금을 기준으로 잉여현금흐름(FCF)의 5%를 추가 배당하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올해부턴 고정배당을 주당 1500원으로 25% 높이되 재무개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FCF 5%를 추가 배당하지는 않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