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졸속으로 마무리됐다는 지적
연봉인상률 낮은 책임매니저급 불만 크고
직급간 갈등도 수면위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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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무난히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은 줄 알았던 KB라이프에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구)KB생명 출신 임직원도, (구)푸르덴셜생명 출신 임직원도 만족하지 못하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임금협상은 통합 인사체계 구축 후 첫 협상이었던 만큼 관심도가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 원활한 조직 통합을 이뤄내지 못하고 출신간, 직급간 갈등만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는 평가다. 협상이 ‘졸속’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결국 신임 정문철 KB라이프 사장의 어깨만 무거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KB라이프는 지난해 연말 노조와 2024년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평균 연봉인상률은 3.5%, 직급별로 차등화됐다. 상대적으로 고연봉인 책임매니저급 이상에선 2% 수준의 인상률이 책정됐고, 주니어 직급엔 두 자릿 수 인상률이 정해졌다.
인력구조가 ‘역피라미드’ 형태로 책임매니저급이 다수를 이루기 때문에 평균 연봉인상율이 2%에 근접한 수준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무자인 매니저급들의 연봉이 경쟁사보다 낮다 보니 아무래도 상승률이 비교적 높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은 마무리됐지만, 새해 들어 연봉인상률을 둘러싼 ‘내부갈등’은 오히려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KB라이프는 통합법인이 막 출범한 2023년까지는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 출신 직원에 대해 각각 통합 이전에 인사제도를 그대로 운영했다. 이후 2024년부터 통합인사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주임-선임-책임-수석으로 이뤄진 KB생명의 직급체계와 매니저-선임매니저-책임매니저로 이뤄지 푸르덴셀생명의 직급체계는 푸르덴셜생명 직급체계를 따라 매니저-선임매니저-책임매니저로 통합되었다. 자연스레 책임매니저급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책임매니저급이 비대해지다 보니 자칫 조직이 ‘공무원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직급체계 통합으로 책임매니저급 이상이 매니저와 선임매니저를 합친 수만큼 많아졌다”라며 “여기에다 경쟁사 대비 우수인력을 채용하기 위해서 주니어 직급의 연봉인상을 추진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책임매니저급의 불만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더불어서 직급체계가 푸르덴셜생명 방식을 따라가다 보니 KB생명 출신들의 불만도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KB생명 직급체계를 따라가면 더 많은 승진 기회와 연봉 인상이 이뤄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해 연말까지 임금협상이 마무리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주의 인사가 '변수'로 등장했다. 이환주 KB라이프 사장이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KB국민은행장으로 낙점된 것이다. 이환주 사장은 해당 협상안을 승인하고 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불만에 불이 지펴진 상황에서 신임 정문철 사장이 취임한 셈이다.
이에 대해 KB라이프는 "따로 코멘트할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문철 사장은 취임일성으로 ‘디지털 혁신’을 내세웠다. 그러나 회사 안팎에서는 ‘내부통합’이 최우선 과제라는 말이 나온다.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 출신들 간 처우에 대한 불만이 있는 상황에서 합병 시너지를 기대하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취임과 동시에 노조 파업 위기를 겪은 이환주 행장보다 정 사장이 더욱 어려운 과제를 떠안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행장은 취임 이후 노조와 직접 대화해 해당 문제를 풀었지만, 정 사장은 이미 ‘물이 엎질러진 상황’에서 다음 연봉 협상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첨예하게 갈라진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게 더욱 어려울 수 있단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통합인사 후 진행된 연봉협상에서 양측간 이해관계가 갈리다 보니 정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이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역피라미드 인력 구조 해소 등은 KB라이프에서도 장시간에 걸쳐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라고 말했다.
정 사장으로선 KB라이프에서 성과가 추후 커리어에도 중요하다. KB국민은행에 입행해 영업뿐 아니라 재무, 전략, 홍보, 기업고객, 개인고객 등 다양한 부문을 두루 경험해 봤으며, 양 회장에 이어 차세대 리더로 거론되는 인사다. 양 회장이 은행장을 거치지 않고, 회장에 오른만큼 KB라이프에서 성과를 바탕으로 정 사장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단 평가마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인사 당시 차기 행장 후보로 빠지지 않고 거론된 인물로, 그룹 내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하기 위해선 KB라이프 사장으로서의 성공적인 커리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