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촌, 세종과 11억원 격차로 4위…막판까지 분주
주요로펌 두자릿수 성장으로 선방…"올해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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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해 주요 로펌들이 어려운 법률 자문 시장에서도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하며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율촌과 세종의 격차가 좁혀지고, 높은 성장세로 2위권인 광장과 태평양을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2~5위권 로펌들의 매출 격차가 갈수록 좁아지는 가운데 올해 로펌 매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달 31일 주요 로펌들은 작년 실적과 관련해 국세청 부가세 신고를 마칠 예정이다. 통상 25일 신고를 마감하지만, 올해는 설 연휴가 겹치며 31일로 연기됐다. 대부분의 주요 로펌이 신고를 마친 가운데 지난해에도 태평양과 광장의 2위 싸움, 율촌과 세종의 4위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국내 로펌 업계 1위인 김앤장은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업계에서는 1조원 중반대 수준의 매출을 예상한다. 여전히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업계 성장세 둔화로 김앤장도 최근 몇 년간 과거만큼의 성장률은 보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로펌 별 강점과 합산 기준이 다르다 보니 공식 매출을 어디까지 산입해야 하는지는 이견이 여전하다. 해외 법인과 특허법인 매출 증가세로 해당 매출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시각과, 국세청에 신고하는 부가가치세가 적합한 평가 기준이란 시각이 있다.
주요 로펌들의 국세청 부가세 신고액 기준 매출은 광장 4111억원, 태평양 3918억원, 율촌 3709억원, 세종 3698억원, 화우 2500억원이었다.
광장은 국내 법무법인 최초로 연간 매출 4000억원을 넘겼다. 부가세 신고액 기준 4년 연속 태평양을 앞질렀다. 지난해 특허법인 매출(168억원)을 합산하면 총 427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기업 구조조정과 대형 형사사건 등이 성과를 냈다. 부가세 신고 기준 지난해 전년(3724억원) 대비 10% 성장했다. 2023년에는 전년(2022년) 대비 역성장한 바 있다.
광장은 지난해 SK그룹 구조조정 업무와 CJ 티빙-웨이브 합병 자문 등 기업 자문을 맡았다. 형사 송무 분야에서는 최양하 전 한샘 회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배임 사건에서 무죄를 이끌어냈다. 판사 출신인 성창호, 정다주 변호사 등이 형사 공판 성과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태평양은 지난해 국세청 부가세 신고액 기준 매출 391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5% 성장했다. 특허 및 해외법인을 포함한 매출은 4207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2023년 태평양은 특허 및 해외법인을 포함한 매출로 처음 4000억원 고지를 밟은 바 있다.
태평양은 지난해 SK렌터카∙롯데렌탈 인수, 휴젤-메디톡스 분쟁, 교보생명 풋옵션 중재,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개발 프로젝트 주요 사건들을 담당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및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 역전승 성과를 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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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촌은 지난해 부가세 기준 매출 370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3% 성장이다. 세종이 율촌을 넘어설 수 있을까가 관전 요소였던 가운데 좁은 간격으로 세종을 앞질러 4위를 지켰다. 격차가 좁아지면서 신고 직전까지 매출 증대 총력전이 이어지는 분위기가 전해졌다.
율촌은 지난해 전 부문에서 고른 성장을 보였긴 가운데 굵직한 대기업 일감을 맡았다. LG그룹의 재산 분쟁 자문을 진행 중이고,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혼 상고심 대리인단에도 참가하는 등 성과를 냈다. 한화그룹 및 현대자동차그룹의 각종 자문 및 소송 등 도 참여했다. IMM컨소시엄의 에코비트 인수를 자문했다. 금융기관의 내부 통제시스템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 자문도 이어졌다.
세종은 지난해 부가세 신고 기준 매출 369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매출(3195억원) 대비 15% 성장을 보였다. 세종은 한국앤타이어앤테크놀로지스의 한온시스템 인수, 제네시스PE의 EQT파트너스로의 KJ환경 매각, 신세계 G마켓-알리바바의 합작법인 설립 건 등의 M&A 거래를 자문했다.
지난 몇 년간 전방위 인재 영입을 이어온 세종은 지난해 기업금융, 금융 규제, 공정거래, 프로젝트에너지, 헬스케어, 해외 규제 등 여러 분야에서 전년 대비 성장했다. 고려아연, 한미약품그룹 주주 간 분쟁, 민희진 어도어 대표 소송건 등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경영권 분쟁 사건과 민형사 소송을 담당했다.
화우는 지난해 부가세 신고 기준 2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2082억원) 대비 20% 증가로, 주요 로펌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특허·해외 매출을 포함한 지난해 매출은 2700억원을 기록하며 3000억원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화우는 한앤코의 남양유업 인수 관련 주식양도청구소송,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사건, DB하이텍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사건 등에서 승소하는 등 경영권 분쟁에서 강점을 보였다. 이외에 금융규제부문은 랩신탁사건과 ELS사건에서 다수의 은행, 증권사 자문이 매출에 기여했다.
태평양을 제외한 주요 로펌들이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인 가운데 올해가 ‘진검승부’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태평양은 지난해 이준기 대표변호사가 임기를 시작하는 등 신임 집행부가 취임한 가운데 올해 본격적인 도약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율촌은 지난해 11월 강석훈 대표변호사를 단독 대표로 선임하며 1인 대표변호사 체제로 복귀했다. 세종도 지난해 오종한 대표변호사가 연임한 가운데 적극적인 인력 영입 효과가 올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광장은 김상곤 대표변호사가 2022년부터 경영총괄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고 최근 ‘리밸런싱’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 및 자문 변호사들이 경쟁 로펌으로 다수 이직한 가운데 법원 출신, 송무와 형사 분야는 충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부에서는 해당 조정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하고 있다.
올해는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통상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 자문에 비해 송무나 규제 대응 분야는 크게 변동이 있지는 않지만, 정부 부처들이 ‘사실상 휴업’에 들어가면서 기업들의 정부 대응 업무가 시작되지 않고 있다. M&A 자문도 올해 일부 대기업 구조조정 외에는 ‘빅딜’ 보다 중소형 거래가 주를 이룰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정부 부처 등이 업무를 사실상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서 로펌 입장에서도 일감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하반기 수임한 건들은 다음 해로 넘어가니 연초에 어느 정도 올해 먹거리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겪어보지 못한 분위기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