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무구조도 검증 원하는 국회…자료 제출 두고 금융사·금감원은 '네 탓 공방'
입력 2025.01.24 07:00
    국회, 검증 차원서 책무구조도 제출 요구
    당국 "영업비밀 있어 개별 금융사가 제출"
    금융사 "당국에서 일괄 제출하는 게 효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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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시범운영을 마치고 연초 본격 시행된 책무구조도의 국회 제출이 미뤄지고 있다. 국회는 책무구조도가 전례가 없는 제도이고, 여전히 금융사에 과도한 책임을 지울 수 있다는 '갑론을박'이 있는 만큼 국회 차원에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와중에 금융지주와 은행 등 금융권과 금융감독원은 자료 제출 주체를 두고 서로에게 공을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은 자료를 일괄 넘겨받은 금감원에서 국회에 제출하라는 입장인 반면, 금감원은 개별 금융사가 직접 국회에 제출하라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책무구조도가 본격 시행된 지난 3일 이후 복수의 국회의원실에서 금융감독원에 책무구조도와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2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제출을 이뤄지지 않았다. 현행법상 국회는 감사·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정부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정부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응해야 한다.

      금융권이 제출한 책무구조도가 지난해 시범운영 기간동안 금융당국의 피드백과 컨설팅을 거치긴 했지만, 추가적으로 국회 차원에서 검증도 필요하다는 게 자료 제출을 요구한 국회의원들의 입장이다. 국내에서 전례가 없는 제도인 동시에 도입 당시 실효성 논란이 일기도 한 까닭이다.

      한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제출이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라며 "책무구조도가 국내에서는 전례가 없고, 이제 막 금융지와 은행이 시행됐고 조만간 보험과 증권 등 전 금융권으로 확대되는 만큼 국회 차원의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책무구조도를 금융사에서 개별 제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책무구조도가 기업 경영상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부분을 포함하고 있거나, 대외적으로 공개하기에 민감한 부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자체적으로 대외 공개가 불가능한 부분을 검열한 뒤 제출하라는 것이다.

      금융사들은 난감한 표정이다. 금감원이 책무구조도를 일괄 제출받은만큼, 금감원에서 자료 제출에 응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입장이다. 책무구조도는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임원의 책무를 구분해 작성한 자료이기에 경영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내용도 드물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를 일괄 제출받은 당국에서 국회에 직접 제출하는 것이 시간적인 면에서도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며 "책무구조도는 내부통제와 관련해 임원들에게 책무를 부여한 내용을 기술한 기술서에 가깝기 때문에 경영상 민감한 내용도 있다고 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국회의 자료 요구에 응한 금융사는 시중은행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은행이 제출한 책무구조도 상에는 대외비에 해당한다고 판단할만한 부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회 관계자는 "제대로 된 검증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다양한 금융사의 자료를 비교·분석해야 하는데, 아직 자료가 들어온 곳이 한 곳에 불과해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금융사와 당국의 '네 탓 공방'이 이어지고 있어 자료를 전부 제출받는 데 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