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조선업 호재에 기자재株도 덩달아 들썩
입력 2025.01.24 07:00
    미국 LNG운반선 발주 확대 가능성 커져
    조선기자재 업체에도 쏠리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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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국내 조선업 주가가 상승하자 기자재 업종도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처를 다변화해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율 하락세에 따른 여파를 극복할 방안을 모색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취임 후 첫 거래일이었던 21일, 국내 증시에서 조선 3사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이날 HD한국조선해양은 전 거래일 대비 1.84%, 한화오션은 5.6% 올랐고, 삼성중공업은 1.33% 상승했다.

      조선기자재 업종도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같은날 동성화인텍은 전 거래일 대비 6.8%, HD현대마린엔진은 5.14% 올랐다. 22일에는 두 회사 모두 장중 신고가를 터치하기도 했다. 지난 1년으로 넓혀보면 동성화인텍은 작년 10월 31일 장중 52주 신저가(1만660원)를 기록했는데 올해 1월23일에 2만1400원으로 마감했다. 작년 3월 주당 9600원의 신저가를 보였던 HD현대마린엔진 주가는 2만6800원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에너지 전환 정책을 발표했다.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LNG공급을 늘릴 경우 한국의 조선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천연가스 운송량 증가는 LNG운반선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데, 국내 조선업계가 LNG운반선 건조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2025년 1월 기준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체의 대형 LNG 운반선 세계 점유율은 약 70%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해운사들은 LNG 수입국에 발주를 맡기는 것이 통상적이어서 아시아 지역에 LNG 수요가 큰 만큼 한국의 조선업체들을 먼저 찾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조선업 전방 산업의 실적 개선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조선 기자재 업종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선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선박을 더 높은 가격에 수주함에 따라 기자재 단가도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국내 기자재 업체들은 조선소의 안정적인 수요에 힘입어 매출 확대가 예상되는데, 조선업 호황에 따른 고정비 분산 효과로 수익성 또한 개선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조선기자재 업체들의 영업이익을 상고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자재 업체들은 조선업 호황기에 발맞춰 캐파도 확대했다. 동성화인텍은 과거 20척 수준이었던 보냉재 생산능력을 34척까지 늘렸다. 선박블록 업체인 현대힘스도 블록 생산캐파를 2022년 16.2만톤, 2023년 19.8만톤으로 확장했다. 캐파증설을 통해 조선소가 원하는 물량 만큼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공격적인 수주 활동도 국내 기자재 업체들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2024년 하반기 수주물량 쌓기에 속도를 내 조선업체들은 건조량을 크게 상회하는 신규 수주를 확보했다. 중국의 일부 조선 업체들은 대규모 수주 물량 해결을 위해 증설에 나섰는데, 밸류체인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중국 조선업체들은 핵심 기자재와 협력업체 찾기에 분주해 국내 기자재 업체들이 공급 파트너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발 물량 공세로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점유율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조선 기자재 업체들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 조선업체들이 엔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 국내 기자재 업체들의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화엔진이 올해 초 6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수주 공시를 냈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