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그룹 해외사 배제 무게…국내로만
공모가 눈높이 낮출듯…규모 2000억대
美 국채금리 상승…배당 매력 희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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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서울보증보험이 기업공개(IPO) 재도전에 나선다. 지난 2023년 상장 철회 당시 투자자들로부터 받았던 피드백을 상당 부분 수용해 공모 구조를 수정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에 다시 육박하는 등 금리 변동성이 커진 점은 배당주의 투자매력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변수로 꼽힌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은 3월 초·중순 증시 입성을 목표로 조만간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르면 이날 오후 제출이 점쳐진다. 서울보증보험은 당초 1월 상장을 목표로 지난해 공모 절차 돌입을 예정했지만, 연말 공모주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일정 연기를 택한 바 있다.
이번 IPO 공모규모는 지난 2023년 첫 상장 당시 대비 한층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공모규모는 희망 공모가 밴드 기준 2757억원~3616억원이었으나, 올해는 2000억원 대에서 공모규모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공모가는 3만원~4만원 초반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첫 시도 당시 무리하게 높은 가격대를 시도했다는 평가를 의식해 다소 보수적으로 밸류에이션을 책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희망 공모가 밴드를 3만9500원~5만1800원으로 제시했던 걸 고려하면, 몸값을 크게 낮춘 셈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 IPO의 경우 첫 상장 실패 후 투자자들의 피드백을 감안해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라며 "공모규모도 크게 줄여 맨 앞자리가 3이 아닌 2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피어 그룹(비교 기업) 구성도 대폭 손질했다. 해외 보증보험사의 높은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오히려 투자자 설득에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에는 국내 생명·손해보험사 중심으로 비교 기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상장 당시 포함됐던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외에 국내 보험사 두 곳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서울보증보험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통해 가치평가를 진행했는데, 프랑스 코페이스(0.97배)와 미국 트라벨라(1.68배)가 평균 PBR을 크게 끌어올렸다. 삼성화재(0.67배)와 DB손해보험(0.48배)의 낮은 PBR에도 불구, 최종 피어그룹 평균치는 0.95배로 결정됐다.
국내 손보사들의 최근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PBR은 기준주가를 주당 순가산가치로 나눠서 계산하기 때문에 주가가 올라가면, 주당순가산가치가 크게 움직이지 않는 한 PBR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첫 상장 당시인 2023년 9월 24만원 선이었던 삼성화재 주가는 최근 34만원 선까지 올랐다. DB손해보험 등 다른 손보사도 주가가 당시 대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어, 같은 국내 피어 그룹으로 묶일 서울보증 입장에서는 가치 산정에 유리한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서울보증이 피어그룹에 해외사를 빼고 국내 손보사로만 구성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라며 "여전히 해외사의 PBR이 밸류 측정에 유리한 면이 있지만, 국내 손보사들이 첫 상장 당시보다 PBR이 많이 올라왔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서울보증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1278억원으로, 전년 동기(2623억원) 대비 50% 가량 하락한 점을 고려한 결과다. 순이익 감소는 '고배당주'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소다.
업계에서는 서울보증이 배당일 며칠 전이라도 상장에 성공하면 신규 주주들도 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즉, 상장 후 단기간 주주로 있더라도 배당 수령이 가능해지는 구조를 마련해 투심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서울보증의 배당일은 3월 말인데, 3월 초·중순까지 증시 입성을 목표하는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첫 상장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가장 큰 변수는 미국 국채금리가 될 전망이다. 당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까지 진행했던 서울보증은, 수요예측 마지막날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서며 많은 해외 기관들이 이탈해 결국 상장 계획을 철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금도 5%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13일 4.805%를 기록한 후 다시금 4.6%대로 하락했지만, 언제든 5%를 넘볼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후 관세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지난해 9월 중순 3.6%대에서 이날 4.6%대까지 올랐다.
다만 작년과 달리 큰 방향에서 금리 하향 안정화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점은 유리한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하 폭을 75bp(0.75%포인트)로 내다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예상대로 하향 추세를 보이면 국채 금리 역시 하향 안정화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 설명회(IR)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이다. 공모 규모가 적지 않은만큼, 수요예측 흥행을 위해서는 해외의 긍정적인 반응이 필요한 까닭이다. 다만 최근 LG CNS가 해외 투자자들의 보수적인 반응에도 불구, 수요예측 및 공모 청약 흥행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보증보험사 배제를 통해 국내 투자자 중심의 공모 전략을 세운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공모 규모가 적지 않은만큼 글로벌 자금 유치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