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체 속 해외로 눈 돌린 카드사들…동남아 경기 침체 ‘직격탄’
입력 2025.01.27 07:00
    지난해 3분기 신한·국민·우리·롯데카드
    해외법인 순익 합계 48억원…전년대비 81% 감소
    국민·롯데카드는 3분기 해외법인 순손실
    동남아 경기 침체 지속에 해외사업도 만만치 않아
    • 카드사들이 본업인 신용판매부문의 경영환경이 악화하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주요 진출 지역인 동남아 지역의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해외법인들은 실적 개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카드사들은 올해 성장 대신 '내실'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쉽지 않은 한해가 될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신한카드와 국민카드, 우리카드, 롯데카드의 해외법인 누적순이익 합계는 48억1800만원으로 전년동기(264억4200만원) 대비 81.8% 줄어들었다. 

      신한카드의 해외법인 순이익이 109억25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우리카드가 42억8300만원의 순익을 냈다. 반면 국민카드와 롯데카드는 같은 기간 각각 48억2000만원, 99억80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국민카드는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법인인 KB 파이낸시아 멀티파이낸스가 34억3800억원의 손실을 냈고, 캄보디아 법인인 아이파이낸스리싱이 13억7300만원의 손실을 냈다. 롯데카드 유일 해외법인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같은 기간 99억8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흑자를 거둔 카드사들도 일부 해외법인에서는 적자를 냈다. 신한카드 베트남 법인인 신한베트남파이낸스는 지난 3분기 15억1800만원 손실을 냈고, 우리카드 투투파이낸스미얀마는 지난 3분기까지 5억5700만원 손실을 냈다.

      이같은 카드사들의 해외법인 순이익 부진은 동남아 지역에서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코로나19 기간 중 정부 주도로 진행된 '채무재조정자산 상환유예 프로그램(특별금융)'이 종료돼 신용리스크가 확대된 점도 이유로 꼽힌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카드사들 대부분이 현지 캐피탈사 등의 지분을 인수해 해외에 진출했는데, 코로나19 이후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조달금리는 오르고 소비는 줄어드는 등 대출사업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내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해외 진출에 나섰던 카드사들은 머리를 싸매고 있다. 특히 올해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더더욱 해외 및 비카드 실적의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이다. 

      해외 법인을 둘러싼 상황이 이른 시일 내에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카드사들은 성장 대신 '내실'에 방점을 찍고 해외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KB국민카드는 성장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추진 방향을 전환하고 리스크관리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신한카드도 미얀마에서 우량회원 중심의 제한적인 영업을 진행하는 한편 채권 관리로 자산건전성 개선에 힘을 싣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한카드는 해외법인에 지급보증 신용공여를 확대하는 등 해외법인들이 저리에 자금조달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올해들어 신한인도파이낸스에 44억7500만원, 신한베트남파이낸스에 57억5000만원을 신용공여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12월에도 해외법인에 신용공여를 확대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기준 73억3900만원의 누적순이익을 내며 해외법인 중 가장 실적 기여도가 높았던 카자흐스탄 법인 유한회사신한파이낸스에 총 세 차례 1192억6680만원을 신용공여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신한베트남파이낸스에 총 다섯 차례 1374억6600만원, 인도네시아 법인 신한인도파이낸스에 총 세 차례 468억3000만원, 미얀마 법인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에 122억5000만원을 신용공여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현지법인 필요성을 고려해 신용공여를 하고 있어 사업 확대 등의 계획이 반영된 조치로도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롯데카드는 롯데파이낸스 베트남 적자와 관련해 전세계적인 고금리 기조 및 글로벌 리세션이 지속되면서 금융비용 및 대손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해 6월부터는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고, 소비자금융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자산건전성 또한 개선하는 등 중장기적인 사업안정성을 확보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올해 국내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카드사들의 해외사업에 대한 투자여력이 충분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만약 진출 지역의 경기 회복이 더뎌지면서 적자가 지속될 경우 해외법인 사업계획 또한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에서도 희망퇴직이 이뤄지는 걸 보면 결국 고정비나 혜택을 줄이고 남은 걸로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주요 카드사에 신임 대표들이 오면서 해외사업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