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도 딜 강행’ 결정한 한화, 아워홈 소송전 불가피...구지은은 패소 시 '벼랑 끝'
입력 2025.01.31 07:00
    한화 측, 장남·장녀 지분 우선 인수 결정
    증자·이사회 지명·M&A 등 일반결의 가능
    구지은은 '마지막' 동반 매각 기회 잡을까
    FI 등과 협의 진행중…메리츠 등판도 변수
    가처분 신청 뒤 기각되면 소송전 불가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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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그룹이 아워홈 오너일가 장남과 장녀 지분 58% 우선 매입에 나설 전망이다. 구지은 전 부회장의 반격과 별개로 지분을 먼저 확보한 뒤 추후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구 전 부회장이 한화 측의 동반매각 제안에 응하지 않은 가운데 우선매수권 행사에 나설 지 주목된다. 구 전 부회장이 한화와 장남 장녀 간의 지분거래 가처분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측의 지난한 소송전이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는 전망이다. 

      27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한화 측은 아워홈 오너일가인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38.56%), 장녀 구미현 회장(19.28%) 지분을 합한 57.84% 지분 매입을 진행하기로 내부 결정을 마쳤다. 여기에 일부 특수관계인 지분 매입까지 더하면 총 58.6%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거래에서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의 8% 지분은 2년 후 매입할 예정인데, 비용 부담을 이연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100%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도 인수 목적에 큰 무리가 가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아워홈 지분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6%, 장녀 구미현 회장이 19.3%, 차녀 구명진 씨가 19.6%, 막내인 구지은 전 부회장이 20.7%, 기타 주주가 1.8% 소유하고 있다. 한화 측은 현재 장남과 장녀 측과 지분 인수 가격 등을 명시한 주식거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추가로 구체적인 안이 확정되면 내달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다.

      앞서 한화 측은 구지은 전 부회장 측에 지분 동반 매각 기한으로 이달 23일을 제시했다.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은 해당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 구지은 전 부회장 측에서 한화 측에 장남과 장녀 측과 맺은 MOU 내용을 공개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매각 반대 입장을 고수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지분을 3분의 2 이상 확보하려는 이유는 통상 특별 결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지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워홈은 M&A나 증자 등 중요 사안 대부분은 일반결의로 통과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사실상 한화 측이 58% 지분 취득 후 여러 차례 증자에 나선다면 참여하지 않은 다른 주주들은 지분이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한화그룹은 아워홈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비전이 SPC의 보통주를 인수하고, 이후 SPC가 유상증자해 IMM크레딧으로부터 2~3000억원을 투자받는 식이다. IMM크레딧(ICS) 전환우선주(CPS) 형태로 출자할 가능성이 크다. ICS 측은 Q-IPO, 콜옵션, 동반 매각 및 우선 선취 구조 등의 조건을 포함해 연평균 내부수익률(IRR)은 6%를 보장받을 계획이다.

      만약 지분 100%를 인수하게 된다고 가정하면, 한화 측이 5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투입하고 인수금융을 7~8000억원 규모로 일으킬 전망이다. 인수금융을 담당할 금융기관은 미정으로, 일부 기관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은 우선매수권 행사를 위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FI를 모으고 있다. 일부 FI들이 협상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회사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은 동시에 FI에 유효한 하방 보호 조건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투자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기업인 한화 측과 척을 지게 되고 ICS측이 동일한 밸류에이션에 한화 측의 수익률 보장 조건으로 기관투자자(LP) 펀딩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LP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기도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이 우선매수권을 근거로 지분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낼 가능성이 크다. 시기는 가처분신청 대상이 실현되는 SPA 체결 직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한화 측이 문제점을 보완해 재추진을 나서거나 SPA를 해제할 것이고, 기각되면 한화 측은 그대로 거래를 진행하게 된다. 

      다만 기각 결정 후 한화 측이 인수를 강행하면 지난한 소송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분을 매각하지 않은 오너일가 측에서 부속합의서 이행 등에 대해 배임 고소 및 고발을 진행하거나 이후 경영에 대해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매수권 조항이 유효하고 펀딩이 완료된다고 해도 주식 양도를 위해서는 정관 제9조 제4항에 따라 반드시 사전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 점도 변수다. 즉, 구 전 부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한다고 하더라도 장남과 장녀의 지분을 취득하려면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현재 아워홈 이사회는 장남과 장녀 측이 장악하고 있다. 

      한화-ICS 측에서는 구지은 측이 한화 측에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 현재 급식 및 F&B 사업에 관심을 가질 대기업 투자자가 많지 않고, 전체 지분 기준 몸값도 한화 측이 제시한 1조5000억원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FI의 경우 오너 일가가 요구하는 높은 몸값을 맞춰줄 곳은 더욱 드물다. 

      한편, 셋째 구명진 씨의 움직임도 변수로 떠올랐다. 막역한 사이인 구명진 씨와 구지은 전 부회장이 뜻을 함께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구명진 씨의 남편이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인만큼 메리츠가 구원투수로 등판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재벌가 간 거래에 인척이 나서는 건 민감한 사안이라 메리츠도 적잖이 부담을 느낄 것이란 평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