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법원 가처분 판단에 분쟁 장기화 판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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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됐던 임시주주총회은 최윤범 회장 측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이사회 진입을 저지하며 일단락 됐다. MBK·영풍연합 은 이들에 대해 형사 고발을 예고했다. 양측 동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 이제 무한 소송전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MBK·영풍 연합은 31일 오전, 최윤범 회장과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의 전현직 이사진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지난 임시주주총회 직전일(22일) 고려아연 100% 지배회사인 SMC는 영풍 지분 10.3%를 매입하며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했고, 이로 인해 주총 당일 영풍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며 MBK·영풍 연합의 이사회 진입이 무산됐다.
MBK·영풍 연합은 이미 ▲법원에 의결권 제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 ▲31일 공정거래위원회 신고한데 이어 ▲주총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최윤범 회장,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이성채 SMC 최고경영자(CEO), 최주원(마이클최) SMC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배임 혐의로 형사 고발할 계획이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 측의 제안에 따라 집중투표제가 도입되고 이사의 수도 19인으로 제한돼, 최윤범 회장 측 18명, MBK·영풍 연합 1명(장형진 영풍 고문)의 구도가 이뤄진 상태다. 단 법원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단에 따라 현재의 구도가 바뀔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아직 정기주주총회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법원에서 가처분을 인용하면 2월 중 MBK·영풍 연합의 제안으로 임시주주총회가 다시 소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양측의 분쟁 구도는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가처분 인용 또는 기각이란 변수가 남아있기 때문에 정기주주총회에 대한 양측의 수싸움 전략은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오는 3월엔 고려아연의 이사회 멤버 5명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다시 한번 표대결을 펼칠 가능성도 남아있다. 내년엔 총 7명의 이사진 임기 만료가 예정돼 있다.
임시주주총회서 경영권 방어에 일단 성공한 고려아연 측은 MBK연합을 향해 "소모적인 갈등을 멈춰야 할 때"라며 "대타협을 위한 대화의 시작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또 MBK 추천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로서 MBK 측이 이를 수용할 여지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순환출자 방식을 활용한 것은 탈법행위"라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범법자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양측이 합의를 통해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이미 지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지분 경쟁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중순, 장형진 고문과 최윤범 회장 측이 협의할 기회가 있었으나 이미 무산돼 돌이킬 수 없는 분쟁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총 직전 SMC의 영풍 지분 매입과 순환출자 형성으로 인해서 형사 소송이 시작된다면, 양측 모두 벼랑끝 싸움을 펼쳐야 한다.
만약 이번 주주총회에서 이사수 상한 제한 안건이 통과하지 않고, MBK·영풍 연합이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면 MBK·영풍 연합과 최윤범 회장의 불편한 동거를 예상해 볼 수 있었다. 이미 MBK·영풍 연합은 추천한 14인의 이사후보가 이사회에 진입한 상황에서, 정기주주총회에서 더 많은 이사진을 투입할 유인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윤범 회장 측이 임기가 만료하는 5인의 이사진을 대체할 후보를 추천한다면 주총 안건으로 상정될 여지도 남아 있었다.
2월 법원의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판단에 따라 고려아연 분쟁이 장기화할 지 여부가 가려지게 된다. 내주 중 MBK·영풍 측의 형사 고발을 시작으로 소송전이 본격화 할 것으로 전망되고, 진행상황에 따라 최윤범 회장의 이사회 잔류 여부도 판가름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