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우리금융 부당대출 추가 발표…이르면 다음달 경영실태평가 발표
입력 2025.02.04 11:36
    금감원, 우리은행 부당대출 380억원 추가 적발…총 730억
    임종룡 회장, M&A '이사회 패싱' 의사결정 체계도 지적
    지난달 보험사 인수 신청서 낸 우리금융…심사 기간 60일
    금감원, 정기검사 결과 활용해 경영실태평가 제출에 속도
    • 금감원, 우리금융 부당대출 추가 발표…이르면 다음달 경영실태평가 발표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진행한 금융지주 및 은행 정기검사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백브리핑 등에서 '매운맛' 등의 표현으로 검사 결과를 예고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보험사 M&A 심사를 진행 중인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금감원 경영실태평가 결과에 인수 여부가 달려 있어 더욱 주목을 받았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기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외에도 추가 부당대출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험사 M&A 과정에서 이사회를 '패싱'하는 등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발표에 속도를 낸다는 설명이다.

      4일 금감원은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기자설명회 개최' 자료를 통해 우리금융지주 및 우리은행 정기검사에서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380억원을 추가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검사 결과를 통해 드러난 추가 부당대출을 합산한 우리은행 부당대출 금액은 총 730억원이다. 금감원은 이 중 61.8%에 해당하는 451억원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체 부당대출 730억원 중 46.3%에 해당하는 338억원은 부실화됐다고 밝혔다.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되고 정상 분류된 328억원 또한 향후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우리금융 보험사 M&A와 관련한 의사결정 체계도 지적받았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관련 안건을 논의하기 전에 이사회 부의를 결정하고,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를 20분 간격으로 개최해 관련 심의 내용이 이사회 안건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주식매매계약에 지주 자회사 편입 관련 인허가권을 가진 금융당국이 이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권을 몰취하는 조항이 포함됐는데도 이사회가 이같은 중요 사항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밖에도 우리은행이 H지수 ELS와 관련한 손실 인식 값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면서 손실 누적액을 장기간 숨겨 왔고, 타사 대비 자본비율이 열위에 있는데도 주가지수옵션 및 NPL 사업 확충 등 고위험 자산 위주의 투자성향을 지속하는 등 리스크 인식 및 측정에도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NPL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인 우리금융F&I가 특수목적회사(SPC) 발행 NPL 후순위채권 등을 담보로 대출을 취급하고, 다시 이를 통해 NPL을 추가 매입하는 등 '순환 구조'를 통해 외형을 확대해 그룹 내 신용리스크 및 부실전이 위험이 동반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전임 회장이 행장 재임 시절 여신 관련 징계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여신 관련 사고자 상당수가 견책 이하 경징계를 받는 데 그치는 등의 '온정주의적 조치'로 대규모 금융사고가 반복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정기검사를 통해 밝혀진 이같은 조치는 경영실태평가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실태평가 결과는 우리금융의 동양생명 및 ABL생명 M&A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만약 우리금융이 경영실태평가에서 기존 2등급에서 하락한 3등급을 받으면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동양생명과 ABL생명 M&A 인수 신청서를 당국에 제출했다. 기존 인허가 심사에는 두 달이 소요되지만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관련 심사에 60일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관련 심사가 길어질 가능성도 거론됐다.

      다만 금감원은 이번 제재 관련 검사와 경영실태평가를 분리해 최대한 빨리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에 추가 자료를 요구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에 기존 정기검사결과 평가를 활용해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제공하면서 보험사 M&A 절차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번 검사결과로 추가 부당대출이 발견된 만큼 경영실태평가 결과가 3등급으로 하향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경영실태평가부터 내부통제가 별도 평가 부문으로 분리되고 비중도 기존 5%에서 15%로 3배가량 오르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정기검사 결과가 경영실태평가 3등급으로 하향돼 인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매운맛'인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 결과에서 우리은행을 비롯해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에서 부당대출 3875억원을 적발했다. 일부 대출과 관련해서는 금품과 향응을 받은 정황도 확인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금융회사가 단기 성과주의를 지양하고 지배구조 선진화, 건전성·리스크관리 중심 영업 및 엄정한 조직문화 확립 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도록 유도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