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절차 본격화한 HPSP, 잠재 인수자들엔 '높은 가격'이 걸림돌
입력 2025.02.07 07:00
    예비입찰 통해 숏리스트 선정…국내외 PEF 참여
    삼성ㆍ하이닉스 등 SI 및 스카이레이크는 빠져
    "시가 기준 매각가 너무 높다" 검토 중단하기도
    높은 기술경쟁력이 매력…반도체 업황은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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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전공정 장비사 에이치피에스피(HPSP) 경영권 매각이 본격화했다. 잠재 인수자들은 실사를 통해 높은 몸값과 반도체 업황 등락 리스크(위험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본입찰에 나설 전망이다.  

      6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최근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는 매각 주관사인 UBS를 통해 HPSP 매각 예비입찰을 진행해 숏리스트(인수적격후보)를 추렸다. 인수 후보들은 두 달간의 실사를 거치며, 4월 중 본입찰이 진행될 계획이다.

      예비입찰에는 MBK파트너스를 비롯한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이 참여했다. 앞서 원매자로 거론됐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형 반도체 기업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인수를 위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가격 눈높이 협상이 거래 완주의 가장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서 거래에 관심을 가졌던 일부 투자자들은 너무 높게 형성된 몸값을 고려해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 검토에 들어갔던 국내 대형 PE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도 이번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스카이레이크는 잠재 인수자 중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사실상 유력한 후보로 예상되기도 했다. 

      이번 거래의 매각 대상은 크레센도가 보유 중인 HPSP 지분 40.9%다. 코스닥 상장사인 HPSP의 주가는 지난 연말부터 2만5000원~3만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시가를 고려한 매각 대상 지분 가격은 약 1조원 수준이다. 30~40%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매각 대상 지분 가치는 1조원 중후반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예비입찰 결과가 나온 다음 날인 5일, 매각 성공 기대감에 주가가 8% 이상 오르기도 했다. 

      크레센도는 2017년 프로세토6호 펀드를 통해 100억원가량의 투자로 HPSP 지분 51%를 인수했다. 2018년 HPSP의 매출은 24억원을 기록했고 이후 2019년 251억원, 2023년 179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HPSP는 202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147억원, 영업이익은 581억원을 기록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가가 너무 높아 해당 가격대로 투자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매각자 측에서 시가보다 낮게 매각하는 것은 부담이 될 텐데, 투자자들과 가격 눈높이가 어떻게 맞춰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HPSP의 기술 경쟁력과 업계 내 독점적인 지위가 매력으로 꼽힌다. HPSP는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열처리 공정 장비를 제조하는 회사로, 고압수소어닐링(HPA)과 고압산화공정(HPO) 장비를 국내외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다만 동시에 반도체 공정 장비 제조사인 만큼 반도체 업황 등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은 ‘바닥’을 찍는 등 업황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하락 사이클에 접어들어 한동안 불확실성이 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HPSP 전공정 기술의 해외 유출을 우려해 해외 매각을 제한하는 국가핵심기술로 선정할 가능성도 변수로 거론된다. 현재 HPSP의 사업은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지 않지만, 시장에서 반도체 기술이 중요해진 만큼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 회사들의 추가 장비 확보 계획이 확정된 것이 아닌 이상, 업황에 따른 등락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