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19만8000원 합의…어피너티 측과의 분쟁에 활용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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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재무적투자자(FI)들과 풋옵션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2007년 교보생명에 투자한 어펄마캐피탈(어펄마)의 지분을 되사며 투자금을 상환했다. 양측은 주당 단가를 투자 당시 원금 수준인 19만8000원(액면분할 전 기준)에 합의를 봤다. 어펄마 측은 해당 자산 ‘청산’에, 신 회장 측은 나머지 FI와의 분쟁에 활용할 시장가격 형성에 집중한 거래라는 평이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 측은 최근 어펄마가 보유 중인 교보생명 지분 5.33%를 2162억원에 되사오는 계약을 체결했다. 신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33.7%에서 39%까지 늘게된다. 주당 거래 가격은 19만8000원이다. 어펄마캐피탈은 2007년 주당 18만5000원을 투입해 해당 지분을 인수했다.
이번에 결정된 가격은 앞서 어펄마가 풋옵션을 행사했을 때 제시했던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어펄마는 2007년 지분을 사들일 당시, 2012년 말까지 교보생명이 상장하지 못할 경우 어펄마가 신 회장에게 지분을 팔 수 있다는 내용의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교보생명이 상장에 실패하자 어펄마는 2018년 11월 신 회장을 상대로 주당 39만7900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후 신 회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2019년 국제중재판정부(ICC)에 국제중재를 신청해 분쟁을 이어왔다. 최근 2차 국제중재 판정 결과가 나온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과는 별개다. 어팔마는 1차 판정에서 ICC는 풋옵션 행사 권리는 유효하지만 컨소시엄 측에서 제시한 가격으로 매수할 의무는 없다고 판정하자 2차 중재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신 회장은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상환 대금을 마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가운데 일부를 담보로 잡아 매입 대금을 조달하는 방안이다. 신 회장이 지분 가치로 법적 분쟁을 진행하고 있어 확정이 어려운만큼, 담보 강화나 금리 상향이 동반될 것이란 관측이 있다.
어펄마 측의 펀기 만기가 다가오면서 신 회장 측과 협상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오랜 분쟁에 피로감이 쌓였고 해당 펀드에서 마지막 포트폴리오라 분쟁을 계속해나가기는 부담스러운 것으로 해석된다. 투자 기간과 목표 수익률, 법적 대응 비용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빠른 청산에 집중한 거래라는 평이다.
양 측간 협상이 타결된 만큼 어펄마가 신 회장을 상대로 진행해 온 2차 국제 중재 소송도 취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거래가 다른 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어피니티, IMM프라이빗에쿼티, EQT파트너스, 싱가포르투자청)과의 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주목된다. 신 회장 측은 현재 국내외에서 기존 FI와의 지분 정리를 위해 우군을 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어펄마와의 분쟁이 해결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새 우군 찾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어펄마와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각각 신 회장에게 풋옵션 행사를 요구해왔다. 다만 투자 기한과 조건이 서로 다르다. 어피니티 측은 어펄마 투자 이후 2012년 주당 24만5000원에 교보 생명 지분 24%를 인수했다. 인수 원금도 1조2000억원으로 약 2000억원을 투자한 어펄마 측과 규모 차이가 크다.
앞서 지난해 말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국제중재판정부(ICC)로부터 2차 판정 결과를 받았다. ICC는 30일 이내로 신 회장 측이 감정평가인을 선임하고 30일 이내에 평가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신 회장은 하루 20만달러의 벌금도 납부해야 한다. 신 회장 측은 감정평가인으로 EY한영으로 선임했고 아직 평가보고서는 내지 않았다. 가치 산정에 적어도 2~3개월 가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업계에선 신 회장 측이 어피니티 측에 제시할 감정평가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이번 어펄마와의 협상 단가인 '19만8000원'을 교보생명의 시장가격으로 내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동안 신 회장 측은 풋옵션 행사가가 20만원을 넘을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