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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특히 딸이 있는 집은 안다. 티니핑과 하츄핑의 파워를.
티니핑 첫 극장판이자 시리즈의 프리퀄인 ‘사랑의 하츄핑’은 2024년 12월 기준 122만7490명의 관객을 동원,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순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이름으로 만들어진 뮤지컬도 마술사 이은결이 총연출을 맡아 화제였다.
하츄핑의 파워는 주식시장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티니핑 시리즈 제작사인 SAMG엔터는 지난 2022년 12월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SAMG엔터는 7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90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에 힘입어 올해 들어 주가는 90% 이상, 2월엔 60% 상승했다.
25일 SAMG엔터 주가는 상한가를 터뜨렸다. 전일 대비 16.70% 오른 2만8300원에 마감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JP모간이 5% 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시 덕분이다. JP모간이 움직였다는 상징성은 다른 외국계 투자기관들의 추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츄핑의 돌풍이 한국이라는 찻잔 속에만 국한된 게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티니핑은 부모들에겐 ‘파산핑’이라고 불렸다. 아이들이 한번 발을 들이면 헤어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작사는 적자였다. 매출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SAMT엔터의 매출 비중을 보면 제품이 75%가량, 라이선스가 20%가량이다. 즉 티니핑 등 캐릭터 완구 및 피규어 제품의 판매 매출이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SAMG엔터는 장난감 판매를 외주에서 직납구조로 변경하면서 매출 구조가 바뀌었다.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증가될 수밖에 없다. 직접 유통을 해야 하기에 물류비용도 늘고 또 마케팅, 판촉 등 여러 비용이 수반된다. 이러니 2020년 이후 지속적인 영업적자를 보였다.
그런데 2024년 8월에 개봉한 사랑의 하츄핑이 흑전의 발판이 됐다. 영화가 말 그대로 대박이 나면서 굿즈 판매도 증가했고 재고도 많이 소진하며 현금흐름이 개선됐다고 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SAMG엔터의 올해 연간 영업익이 17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면서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SAMG엔터가 그리는 그림은 즉, 본인들이 가진 IP로 많은 물건을 파는 것이다. 이건 일본의 반다이남코가 그리는 그림과 일맥상통한다.
반다이남코는 건담 프랜차이즈, 원피스 시리즈, 드래곤볼 시리즈 등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일본 애니메이션의 IP를 갖고 있다. 영화, 애니메이션, 라이선싱으로 수익을 거두는 IP 제작 사업부의 매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회사의 매출은 게임이나 건프라(건담 프라모델) 조립 키트 등 장난감 판매가 대부분이다.(2025년 회계연도 3분기 기준, 디지털 사업부 매출은 3570억엔, 장난감 및 취미 사업부는 4640억엔, IP 제작 사업부는 609억엔)
50년 전에 탄생한 건담은 끊임없는 신규 시리즈 등을 내놓으면서 소비층을 확대하고 있다. 게임과 장난감이 계속 잘 팔리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100% 증가했고, 반다이남코 홀딩스 주가는 근래 들어 가파르게 상승중이다.
최근 반다이남코 컨퍼런스콜에서 가와구치 마사루 대표는 “2025년 회계연도 3분기까지의 실적은 모든 주요 부문에서 기록적인 성과를 달성하며,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특히 IP 중심 전략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강력한 성장이 이러한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다.
자신들이 가진 IP를 적극 활용해 관련 제품을 자국 내뿐 아니라 글로벌로 펼쳐나간다는 성장 전략이 주효했다는 얘기다. 이번 실적 개선도 북미와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컸다.
티니핑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파산핑’을 노리는 모양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5%에서 2024년 9월말 기준 27%로 증가했다.
회사 입장에선 지금의 이 기세를 이어가고 싶을테다. 하반기엔 캐치티니핑 시즌 6이 나오고 '사랑의 하츄핑' 후속 극장판 시즌 2가 연말에 개봉할 예정이다. 그럼 겨울방학에 다시 한번 하츄핑 돌풍이 불지도 모르겠다. 반다이남코는 SAMG엔터를 포함해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좋은 롤모델임이 틀림없다. 하츄핑은 건담이 될 수 있을까. 그 전에 엄마, 아빠들은 주머니 걱정을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입력 2025.02.26 06:57|수정 2025.02.2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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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2월 25일 16:0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