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주·우회상장 기업 주가 부진에 투자 매력도 하락
파두 사태 이후 금융당국 심사 강화로 상장 문턱 높아져
2026년부터 시총 기준 상향…중소형 스팩 상장폐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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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공모주 시장이 부진했음에도, 올해 들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통상적으로 일반상장 시장이 위축되면 우회상장 통로인 스팩이 활황을 띠기에,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스팩주들의 주가 부진과 깐깐해진 금융당국의 기업심사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스팩은 유안타제17호스팩 한 곳뿐이다. 올해 유일하게 예비심사청구를 제출했던 DB금융제14호스팩은 지난 10일 예비심사를 철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곳의 스팩이 예비심사청구를 제출했던 것과 대비하면 스팩 상장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스팩은 일반상장 시장이 위축되면 대체 투자처로 부상하는 경향이 있다. 스팩 상장은 증권사가 미리 상장시킨 페이퍼컴퍼니인 스팩을 비상장기업과 합병해 증시에 우회상장하는 방식으로, 직상장과 달리 수요예측을 포함한 공모절차를 밟지 않아 흥행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연초 공모주 시장에 한파가 불었음에도 스팩 상장마저 뜸해진 것은 스팩주와 스팩을 통해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 부진, 금융당국의 심사 강화 기조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6월 상장 당일 시초가가 2~3배 높게 형성되면서 이상과열 현상으로 평가받았던 스팩들의 주가는 대부분 스팩 공모가인 2000원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스팩을 단기투자로 활용했던 투자자들 입장에선 굳이 스팩에 투자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스팩을 통해 우회상장한 기업들의 주가 부진도 투자심리를 약화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에 나선 엠에프씨, 에스지헬스케어, 셀로맥스사이언스, 블랙야크아이앤씨 등 기업들의 주가가 모두 합병가액을 하회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스팩 대신 일반상장에 나서는 기업도 나타났다. 이달 4일 코스닥에 상장한 2차전지 검사장비 기업 피아이이는 지난해 4월 하나금융25호스팩과의 합병을 통한 상장을 추진하다 실패한 후 올해 삼성증권으로 주관사를 변경, 일반상장에 나섰다.
증권업계에선 금융당국의 깐깐해진 기업가치 심사 영향이 컸다고 보고 있다. '파두 사태' 이후 기업가치 산정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기조가 스팩합병 상장으로까지 확대되자 스팩 합병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기관대상 수요예측 절차가 없는 스팩 특성상 지나치게 밸류가 부풀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스팩 상장 수요가 있던 기업들은 상장폐지 강화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는 입장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IPO제도 개선안과 함께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이에 중소형 스팩이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코스닥시장 상장 유지에 필요한 시총 기준을 현행 40억원에서 2026년 150억원, 2027년 200억원, 2028년 300억원으로 단계적으로 높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 증권사 IPO부서 관계자는 "스팩 상장을 원하는 기업들은 있지만, 아무래도 금융당국의 심사 기조가 워낙 촘촘해졌다 보니 예년만큼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스팩 심사 허들도 높아지다 보니 이제 일반상장의 대안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