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에 IB 주니어만 25명 충원한 JP모건 서울지점
입력 2025.02.28 07:00
    BofA·씨티·골드만·SC證 등서 주니어 뱅커 무더기 영입
    "그만한 일감 있는 시장 아닌데"…충원 배경에 설왕설래
    하진수ㆍ조솔로 등 세대교체 리더십 '파종작업' 시각 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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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JP모건이 투자은행(IB) 주니어 인력을 대거 영입하며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하우스마다 인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어도 올해 영업 전망이 좋지 않아 고민이 큰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 이례적인 대규모 수혈이다보니 여러 분석이 오르내린다. 

      IB업계에 따르면 JP모건증권 서울지점은 최근 25명의 신규 인력을 영입했다. 상당수가 경쟁 외국계 IB 출신들로 확인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 골드만삭스, SC증권 등 각 IB마다 1~2명 이상씩이 JP모건으로 자리를 옮긴 셈이다. 

      인력풀이 그리 넓지 않은 업계다 보니 곤란한 분위기가 전해진다. 지난 수년간 많은 뱅커들이 업계를 떠나고 세대 교체까지 이뤄지며 대부분 하우스들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탓이다. 작년 씨티증권, BofA, 모건스탠리가 3~4명 안팎 충원에 나서긴 했으나 JP모건의 이번 규모에는 훨씬 못 미친다. 늘어난 인력의 절반가량이 도로 줄어든 것이다. 

      경쟁사 한 관계자는 "허리는 없고, 일손은 모자라서 인턴십을 통해 신입도 채용해 보고 했지만 생각보다 신통치 않다는 평이 많았다"라며 "결국 하우스마다 검증된 인력을 추천받아서 작년 하반기까지 충원을 마쳤는데 JP모건이 무더기로 쓸어가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용 규모가 큰 만큼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만한 인원을 투입할 일감이 있을까 하는 시각이 특히 많다. 

      시장에 풀려 있는 조 단위 대형 거래가 적은 것은 아니다. JP모건이 매각 작업을 돕고 있는 DIG에어가스부터 SK에코플랜트의 친환경 사업이나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의 테일러메이드 매각 등 외국계 IB들이 눈독을 들일 굵직한 거래가 줄지어 대기 중이다. DIG에어가스는 이 중에서도 가장 가시성 높은 거래로 꼽힌다. 펀드 만기가 코앞이거나 미소진 자금을 풀어야 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 간 손바뀜 수요도 늘고 있어 잠재 일감 자체는 풍족한 상태다. 

      그러나 단일 하우스가 이만한 거래를 모두 수임하기도 어렵고 성사 난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IB 뱅커들의 재무자문 서비스는 거래 막판 협상이 틀어질 경우 들인 품삯을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다. 수수료 대부분이 성공보수를 기반으로 책정되는 탓이다. 

      대기업들의 해외 증시 상장이나 외화채 메자닌 발행 등 다른 먹거리도 늘어나고는 있지만 대부분 하우스가 네트워크를 나눠 가지거나 공유하는 형태라 주도권을 쥐기 쉽지 않다. 구조조정 거래 역시 회계법인이 선점하는 경우가 늘면서 IB들의 입김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경쟁 강도가 늘어난 만큼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하기도 어렵다. 

      이번 대규모 채용은 글로벌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JP모건의 홍콩 지사 차원에서 내려온 정책으로 알려진다. 

      다른 IB 관계자는 "홍콩 지사 차원에서 내려온 정책이라고 해도 주니어 뱅커를 이만큼 데려가서 시킬 일이 있을까 하는 시각이 대부분"이라며 "원래도 경쟁사보다 업무 강도가 낮아서 뱅커들이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번 대규모 충원으로 그런 분위기가 더 강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승진한 하진수(1973년생) JP모건 서울지점장, 그리고 IB부문 총괄을 맡은 조솔로 (1980년생) IB 대표에 대한 힘 실어주기 혹은 '파종작업'로 보는 시각도 있다. 

      JP모건은 작년말 박태진 JP모건 아태지역 부회장 겸 한국회장도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완전히 세대교체를 단행한 바 있다. 경쟁 글로벌IB에 비해 리더십들이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 

      아울러 예상보다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작업이 더디지만 올해부터 각 그룹사의 고민거리가 우후죽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당장의 성과보다는 늘어난 인력을 기반으로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면 먹거리를 선점할 수 있지 않겠냐는 얘기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SK그룹처럼 수뇌부가 경영진에 자산 매각 성과를 독려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 보면 IB들이 숙제를 대신하면서 관계를 구축할 길이 열린다"라며 "이미 다른 하우스에서도 대기업 일감이라면 조 단위 규모가 아니고 수수료가 박해도 뛰어들려는 의지가 강하다. 인력이 많으면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나는 것 자체는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