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매력도 떨어져 실제 매각까진 시일 걸릴 것이란 평
이에 그룹 유동성 우려 불식 위한 제스처라는 해석도
-
롯데건설이 1조원 규모의 자산 유동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번 매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투자 매력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실제 매각 가능성보다는 유동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액션'에 무게가 실린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부지를 포함해 조단위 자산을 현금화하겠다고 밝혔다. 재무 구조 개선과 자산 효율화의 하나로, 보유 자산에 대한 컨설팅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부동산 컨설팅펌, 회계법인 등에 부지 매각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롯데건설이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부지는 총 4곳으로 확인됐다. 잠원동 본사 사옥과 함께 지방에 소재한 물류센터 부지 2곳, 서울 시내 30평 규모의 부지가 이에 해당한다.
-
잠원동 본사 사옥의 경우 우선 컨설팅을 받아보고 매각 여부 및 형태를 결정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본사 건물과 부지 매각만으로도 4000억~5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롯데건설이 매물로 내놓은 자산들의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개발 가능성이 제한적이거나 입지 조건이 우수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남아있던 마지막 자산까지 탈탈 털어서 현금 확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는 잠원동 사옥의 경우, 건물 자체의 매력도는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거용지에 세워진 탓에 오피스로서의 가치가 제한적인 까닭이다. 실제 롯데건설 본사는 지상 5층 정도의 집합 건물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부지를 주거시설로 재개발해야 향후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데, 각종 개발제한으로 인해 실제 활용 가능한 부지는 연면적 9949㎡에 크게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매각가는 당초 기대치인 4000억~5000억원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물류센터 부지의 경우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물류센터 인기가 예전만 못한 데다, 과잉 공급 문제가 불거지면서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물류센터조차 2023년 상반기 이후 공급량이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업계에선 입지가 탁월한 우량 자산이 아니라면 굳이 현 시점에 물류센터 개발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서울 시내 30평 규모 부지의 경우도 규모가 크지 않아 잠재적 매수자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내놓은 매물들은 시행업자들 입장에서 부지를 매입해 개발할 만큼의 매력을 느끼기 어려워 보인다"며 "롯데건설이 보유한 자산을 최대한 매각하려다 보니 비우량자산이 남은 것 같은데, 매각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관련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의 자산유동화 계획 발표가 실제 매각 가능성보다는 시장 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대외 전략'에 가깝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롯데건설을 비롯한 롯데그룹의 유동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끊이지 않았는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지난해 롯데월드타워를 과감히 담보로 제공하는 등 보유한 부동산 자산, 특히 랜드마크 자산을 활용해 시장 관계자들에게 신뢰를 주려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롯데건설이 자산유동화 방침을 발표한 바로 그날, 롯데지주를 비롯한 롯데그룹 계열사 5곳은 콘래드호텔에서 '롯데그룹 IR 데이'를 개최하고 유동성에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향후 불필요한 자산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동시에, 글로벌 사업 확장과 신성장 분야 육성을 통해 그룹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