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 광고도 늘면서 당국 모니터링 강화
운용사만 탓할 순 없단 지적…금투협도 책임
실사례 중요한데…사례집은 2021년 9월이 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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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자산운용사들의 상장지수펀드(ETF) 보수 인하 경쟁이 뜨겁다. 자연스럽게 관련 광고가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과장 광고 문제도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과장 광고와 관련한 모니터링을 강화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운용사들의 투자광고 심의를 담당하는 금융투자협회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금투협이 회원사들에 제공한 매뉴얼이 명확하지 않아 운용사들이 느끼는 혼란이 크다는 설명이다. 금투협의 매뉴얼은 최대 4년 전의 시장 상황까지만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10개 자산운용사의 252개 ETF 광고를 점검하고, 부적절한 광고물들에 대한 수정·삭제 등 시정조치를 진행했다. 이번 검사를 통해 예상·목표 수익률 등 실현되지 않은 수익률을 강조하거나 원금 손실이 가능한 상품임에도 안전한 상품으로 오인하도록 표현한 사례들이 다수 적발됐다.
당국은 앞으로 허위·과장 광고물 점검을 정기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당국이 이처럼 운용사들의 광고 행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 이유는 최근 운용사들의 광고비 집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ETF 시장 점유율 상위 10개사의 연간 광고선전비는 512억2010만원으로, 전년 대비 42%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부터 운용사들간 공격적인 보수 인하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과장 광고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운용사들이 커버드콜 ETF를 두고 '제2의 월급'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금투협의 경고로 해당 문구를 삭제했고, 이는 커버드콜 ETF의 명칭 변경으로까지 이어진 바 있다.
다만 이와 같은 과장 광고를 두고 운용사들만 탓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고 심의를 담당하는 금투협의 기준이 일부 '해석'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어, 일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회원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배포한 관련 매뉴얼 및 사례집 역시 2021년 9월이 최신 버전이라, 지금의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운용사를 포함한 금융사들에 대한 규제 권한은 금융당국에 있다. 다만 모든 업무를 전담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탓에, 일부 업무는 금투협에 위임하고 있다. 투자광고 심의 업무도 현재 금투협이 당국에서 권한을 위임받아 진행하고 있다.
심의 업무는 금투협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과 '광고선전에 관한 지침' 등에 근거해 이루어진다. 다만 해당 지침에는 미실현 수익률의 표시나 경쟁사와의 부당한 비교 등 명확히 금지된 표현이나 투자 위험 고지 등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하는 상황 등에 대해서만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금투협의 해석과 판단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마케팅 담당자는 "실현수익률 표시 등 명확히 규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광고 문구나 표현 등에 대해서는 규정상으로는 확인하기 애매한 부분들이 많다"라며 "이 경우 금투협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잣대가 명확치 않다 보니 '사례'가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금투협에서 회원사들에 배포한 투자광고 심사 매뉴얼 및 사례집 역시 4년 전 버전이 마지막이다. 심사 기준 자체는 달라진 것이 없더라도, 지난 4년간 ETF 광고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사례집에 나와 있는 사례들이 지금의 상황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광고 유형에 따른 심의 주체를 통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투자광고 심사 프로세스는 기본적으로 사내 준법감시인의 사전승인을 거쳐 최종 금투협에서 적격, 혹은 부적격 판단을 내린다. 다만 이는 TV와 신문, 전국에 배포되는 팸플릿에 한하며, 특정 지역에만 배포되는 팸플릿과 간판과 같은 옥내 게시물, 세미나 자료 등은 회사 준법감시인의 심사만 거치면 된다.
이렇게 광고 유형에 따라 심의 주체가 다르다보니 일부 부적절한 과장 광고들이 투자자들에게 먼저 공개되고, 논란이 일자 뒤늦게 금투협에서 주의나 경고를 주는 일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금투협은 매뉴얼의 경우 관련 규정을 담당자가 알아보기 쉽게 정리한 것이고, 정기적으로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매뉴얼 및 사례집의 경우에는 내부적으로 최신화를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진행 여부가 확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존에 승인을 받은 표현이나 문구들을 추후에 금투협에서 결정을 번복해 부적격하다고 통보하는 일이 종종 있다"라며 "광고 심의라는 게 아무래도 판단과 해석이 중요한데, 여론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조금 더 규정을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