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됐지만…대주단 진행 상황 예의주시
메리츠證 리파이낸싱 당시 부동산 담보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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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대형마트 업체 홈플러스의 신용 위험이 현실화됐다. 신용 등급 하향으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예상되면서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한 가운데 대주단도 향후 상황을 지켜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메리츠증권이 1조 3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단행한 바 있어, 이에 따른 여파도 주목된다.
4일 오전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에 대해 개시 결정을 내리고 별도의 관리인 선임 없이 현재 홈플러스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회생 절차 신청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신용 등급이 낮아져 단기 자금 측면에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단기 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이날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하게 됐다"며 "이번 회생 절차 신청은 사전 예방적 차원"이라고 밝혔다.
앞서 2월 28일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각각 홈플러스의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신용 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했다. CP 등급 A3-은 회사채로 치면 BBB-급에 해당된다. 사실상 시장 조달이 쉽지 않은 상태로 고려된다.
홈플러스는 CP와 단기 사채 등으로 단기 자금을 조달해 왔는데, 등급이 한 단계 더 떨어지면 사실상 조달 창구가 막힐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영업 실적으로 재무 위험을 상쇄하기에는 현금 창출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번 정기 평가에서 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나왔다.
신평사들은 ▲영업 부진 장기화 ▲자산 매각 노력에도 과중한 재무 위험 ▲중·단기 내 영업 실적 및 재무 구조 개선이 불확실한 점을 등급 하향 조정의 이유로 들었다.
MBK파트너스가 추진 중인 자산 매각도 순항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홈플러스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에 나섰지만, 높은 몸값에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긴 하지만 업황 자체가 좋지 않고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계기가 단기간 내에는 불투명해 보인 점이 고려됐다”며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크레딧 이벤트가 발생해 이에 대한 대응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크레딧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인수금융 대주단도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5월 MBK파트너스는 메리츠증권을 통해 1조3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금리 10% 안팎)을 진행했다. 해당 거래 과정에서 메리츠증권이 홈플러스 사업장 등 부동산을 담보로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타 금융사들이 홈플러스의 신용위험을 고려해 선뜻 리파이낸싱에 나서지 못하면서 결국 메리츠와 손을 잡았다.
MBK의 상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메리츠증권이 홈플러스 부지를 개발하는 등 사업에 나설 수 있다. 그동안 MBK는 홈플러스 인수 이후 점포 매각 대금의 상당 부분을 인수금융 차입금 상환에 사용해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리파이낸싱에서 메리츠증권이 부동산을 담보로 가져갔기 때문에 (MBK도) 난처할 것”이라며 “그동안 부동산 자산을 그나마 이용해 왔지만, 그마저도 거의 메리츠가 활용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까지 홈플러스도 한국기업평가에서 회사채 등급을 보유하고 있었다. 2022년 신용 등급이 결국 A-에서 BBB+로 하향 조정됐고, 이후 회사채 등급을 평가받지 않았다. 사실상 국내에서 하이일드급 회사채는 공모 시장에서 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에 등급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홈플러스는 10년 전인 2012년 첫 등급 평가에서 ‘AA-’를 받았다. 단기 신용 등급도 2015년 8월 가장 높은 ‘A1’이었으나 MBK의 인수 직후 ‘A2+’로 떨어졌다. 2019년 홈플러스리츠 상장 무산 이후 ‘A2’로 또 강등됐다. 이후 실적 악화, 경쟁 심화, 재무 건전성 악화로 등급은 하향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