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한물 갔다, 올해는 美 채권?"...개미 선택 받으려는 금융사 각축전 '치열'
입력 2025.03.05 07:00
    증권사 고액자산가들은 '중수익' 미국 국채 주목
    삼성증권ㆍSC제일은행 등 리테일 미국 채권 선점 경쟁
    "미국 국채 비롯한 채권이 증권사 WM 수익 견인할 것"
    • "주식은 한물 갔다, 올해는 美 채권?"...개미 선택 받으려는 금융사 각축전 '치열' 이미지 크게보기

      올해 미국 증시가 탐탁치 않은 성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고액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미국 채권'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보통 쿠폰(표면금리)이 5% 이상으로 높은데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는 까닭이다. 

      지난해 미국 주식 중개로 큰 재미를 본 삼성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앞다퉈 자산관리(WM) 사업 강화를 내치며 미국 국채를 전략 상품으로 꼽고 있다. 한때 철수설이 돌던 외국계 시중은행까지 다시금 국내 WM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을 정도다. 

      25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연초 이후 나스닥지수 수익률은 1%에 그치고 있다. S&P500 역시 연초이후 수익률이 2% 상승하는데 그치며 코스피(9.7% 상승)보다 낮은 성과를 보이는 상황이다. 중국항셍지수(16%), 독일 닥스지수(12%) 등 해외 주요 증시와 비교하면 미국 증시의 저성과는 두드러진다.

      미국 증시 지속 상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개인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미국 채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통상 '5% 안팎' 수익률을 원하는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선 미국국채 투자는 금리뿐 아니라 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자산으로 각광받는 까닭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금융사들 역시 미국 주식 중개를 대체할 새로운 수익원으로 미국 채권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올해 1월 한달에만 개인들이 미국 국채 상품을 1조원어치 넘게 사들였다. 2월에도 이와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증권을 비롯한 고액 자산가들이 주요 고객인 증권사에는 미국 국채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채권 시장 역시 국내 채권 시장과 마찬가지로 기관투자가 중심 대규모 거래 시장이다. 증권사들이 채권 물량을 확보 후 물량을 쪼개 개인에게 재판매(셀다운)하는 방식으로 공급이 이뤄지게 된다. 물량을 쪼갠다 해도 주식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래규모가 커 고액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일단 이 시장의 선도주자로는 삼성증권이 꼽힌다. 삼성증권은 미국 주식과 채권 등 해외 투자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올해 삼성증권 WM 수익은 미국 국채를 비롯한 채권이 이끌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라며 "미국 국채 30년물의 경우 수익률이 7%에 달하다 보니 중수익을 원하는 고액자산가들의 주요 투자처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주도하는 시장에 은행 플레이어도 등장했다. 작년 ELS 여파로 부진했던 SC제일은행은 미국 국채 및 회사채 판매를 통해서 실적을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씨티은행이 리테일 부문에서 철수하면서 SC제일은행의 철수설 역시 제기됐던 바 있다. 

      SC제일은행 역시 특히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WM 시장 확대 가능성을 보고 사업 확장을 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SC제일은행은 모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력한만큼 해외 채권의 '소싱' 능력에선 국내 금융기관 대비 차별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UBS은행은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한 이후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WM에 강점이 있는 UBS은행이 크레디트스위스 인수를 통해 국내에서도 IB를 활용한 글로벌 WM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의 WM을 기반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전략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라며 "고액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미국 국채 및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