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분쟁으로 멀어진 김앤장-MBK?…경쟁 로펌들은 "기회 노리자"
입력 2025.03.05 07:00
    김앤장과 MBK, 고려아연 분쟁에 관계 악화되나
    경쟁 로펌들, 김앤장 빈자리 차지하려는 기대감
    PEF에 재계까지… 눈총 받자 수습 나선 김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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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이후 최윤범 회장 측을 자문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MBK파트너스 간의 관계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경쟁 로펌들은 김앤장의 빈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기대하는 모습이다. 

      고려아연 건이 핵심 고객인 MBK파트너스와의 관계뿐 아니라 재계 등 전반적인 업무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김앤장이 사태 수습에 나선 정황도 감지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앤장에서 고려아연 측을 초기부터 대리해 자문과 소송을 이끌었던 고창현 변호사가 최근 퇴사 후 율촌과 새롭게 팀을 꾸려 고려아연 대리인단에 참여했다. 

      앞서 고려아연 측은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임시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율촌을 선임했다. 이에 고려아연 분쟁 시작부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에 법률 자문을 제공해온 김앤장이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소송전에서 로펌을 변경하는 일은 적지 않지만, 담당 변호사가 퇴사 이후 사건을 이어가는 사례는 드물다.

      다만 여전히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주요 자문은 김앤장이 주가 되어 살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로펌 업계 관계자는 “임시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에 대해서 율촌을 선임한 것이지, 전반적인 경영권 분쟁 이슈 관련해서는 여전히 김앤장이 앞단에서 이끌고 있다”며 “고려아연 분쟁 건으로 MBK와 김앤장의 관계가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다 보니 다른 로펌들은 올해 그 틈을 노려보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로펌 업계에서는 과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건 이후 MBK와 김앤장의 관계가 이전과 같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최 회장 측이 PEF 업계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해 공격에 나섰는데, 이를 진두지휘한 것이 김앤장이라는 점에서 불신이 커졌다는 것이다.

      대형 로펌의 핵심 고객인 사모펀드(PEF)들은 여러 로펌과 돌아가며 일을 하기도 하지만, 서로 편한 로펌과 지속해서 일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글로벌 PEF의 경우 해외 본사의 투심위 통과에 국내 가장 큰 로펌이 검토했다는 명분을 위해 김앤장을 택하는 이유도 있다는 설명이다.

      MBK파트너스는 김앤장의 가장 중요한 고객으로 꼽혀 온 하우스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박태현 MBK파트너스 대표 등 김앤장 출신 인사들이 핵심 인물로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국내외 M&A 딜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무를 함께하면서, 시장에서는 MBK파트너스가 김앤장에 지금까지 지불한 자문료만 엄청난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건으로 사실상 양측의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보는 관측도 있다. 

      특히 임시주총에서 최윤범 회장 측이 깜짝 무기로 꺼냈던 해외 계열사와 지분 거래를 통한 ‘상호주 전략’이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승부가 끝날 것으로 예상되던 임시주총에서 해당 카드를 꺼내면서 ‘역시 김앤장’이라는 시선도 나왔지만, 제도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항이라 다소 무리했다는 시선도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본인들을 너무 잘 아는 김앤장과 척을 지면서(?) MBK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며 “마지막에 꺼낸 순환출자 카드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라 완전히 허를 찔렸다고 느낀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앤장 측이 MBK뿐 아니라 PEF 업무나 공정 거래 업무, 재계 등 다양한 업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해 수습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김앤장은 글로벌 로펌 클리어리 가틀립에서 M&A를 담당하며 대표를 지낸 한상진 외국 변호사와 임지원, 김재성, 안기원 외국 변호사 등 4명을 영입했다. 한상진 외국 변호사는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 간 M&A 및 PEF 자문을 주로 해왔는데,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등을 도왔다.

      해당 국내 클리어리 팀은 그간 MBK의 해외 아웃바운드 딜을 주로 자문하는 등 MBK와의 끈끈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김앤장이 MBK와의 관계 유지를 위한 포석으로 클리어리 팀을 영입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단순 수익성으로 따져보면 MBK에서 나오는 수익이 클 수 있는데 김앤장이 고려아연 쪽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다”며 “결국 하우스를 보고 쓰는 것이기 때문에 한번 신뢰가 깨지면 같이 일을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분쟁 건이 핵심 고객인 대기업의 눈총도 받게 되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김앤장 측이 최 회장 측에 자문한 '집중 투표제'가 시장의 관심을 받으며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주주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기업 고객들이 불편함을 내비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앤장은 최근 한화의 아워홈 지분 인수와 관련해, 아워홈 형제 간 경영권 분쟁에서 삼녀인 구지은 전 부회장의 법률 대리인을 맡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구지은 전 부회장이 돈을 모을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며 "김앤장도 한화그룹과 관계를 감안하면 빨리 관계를 정리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