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비용 아끼기 위해 리파이낸싱 나서
SK쉴더스, H라인해운 등 대형 거래 속속
금리 고점이던 2023년 투자 기업 주목
출혈 경쟁 우려…옥석가리기 중요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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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거래가 쏟아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장금리가 하향세로 돌아서면서 금융 비용을 줄이려는 차주들의 욕구가 커졌다. 주선 수수료를 챙기려는 금융사들은 금리가 초고조에 달했던 2023년의, 금리 7% 이상 거래들을 중심으로 리파이낸싱 제안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QT파트너스는 새해 들어 2023년 인수한 SK쉴더스 인수금융을 리파이낸싱하기 위해 금융사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에이치라인해운 인수금융 차환에 나섰다. 각각 2조원대와 1조원대 대형 거래다.
이 외에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서브원, 한앤컴퍼니의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옛 대한항공 기내식 및 기내면세점 사업) 등 수천억원대 인수금융 차환 거래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대형 리파이낸싱 거래가 이어지는 것은 연초 유동성 효과에 더해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금융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한동안 0.5%를 유지하다 2021년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상승했다. 2023년 들어 3.5%를 찍은 기준금리는 1년 반 이상 유지됐다. 이 기간 금융시장이 위축되고 부동산 부실 위험도 확산하며 금융사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2022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3%대 인수금융 금리가 종종 보였으나 이후엔 시장 상황을 따라 금리가 점점 올라갔다. 새로운 거래를 하려면 고금리를 감수해야 했다. 차환 거래는 만기가 목전에 닥치거나 급한 경우가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었다.
2023년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메디트, 오스템임플란트, 넥스플렉스 등 인수금융 금리가 모두 7%대였다. 이 외에 맥쿼리자산운용의 로카모빌리티, 중국 힐하우스캐피탈의 SK에코프라임, CVC캐피탈의 여기어때컴퍼니, 글랜우드PE의 SK피유코어, 칼립스캐피탈의 서린컴퍼니 등 인수금융도 7%대다. 어피너티의 버거킹 인수금융처럼 사정이 급한 차환 거래는 9%대 금리를 감수해야 했다.
작년부터는 금리가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되면서 리파이낸싱 거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존 9%대 금리였던 IMM PE의 하나투어 인수금융은 6%대로 낮아졌고, 버거킹 인수금융도 차환을 통해 금리를 7%대로 낮췄다.
일부 금융사는 금리 추가 인하에 기대를 걸고 마진을 최소화하는 영업전략을 펴기도 했다. 예상보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지며 역마진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작년 10월과 11월, 그리고 이달 들어 세 차례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관망하던 금융사들도 적극 영업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사업성이 안정적이면서 2023년에 거래돼 금리를 낮출 여지가 많은 거래들이 주요 공략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진행 중인 SK쉴더스 인수금융은 기존 7% 중반대 금리가 2%포인트 이상 낮아질 전망이다. 우량 자산인 만큼 4%대 금리가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거래 규모상 캐피탈·저축은행 등도 초빙해야 하기 때문에 5%대에서 결정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에이치라인해운도 선순위 금리가 7%대에서 6% 미만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 역시 5% 중반대 금리가 거론되고 있다.
한 인수금융 업계 관계자는 "최근 리파이낸싱이 진행 중인 대형 거래는 사업성이 안정적이거나 실적이 반등한 곳들"이라며 "올해는 2023년 시장이 어려울 때 7% 이상 고금리로 빌린 인수금융 건들의 리파이낸싱 거래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신규 거래보다는 리파이낸싱 거래가 예측 가능성이 높다. 다만 주요 차주들의 상황은 시중은행과 대형 증권사 모두 속속들이 알기 때문에 주선을 따내려면 출혈 경쟁을 감수해야 한다. 지금처럼 금리 인하가 가시화할 때는 차주의 목소리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등 일반 개인대출에선 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당국도 '금리인하기' 이자절감을 언급하고 있다. 사업 환경이 똑같지는 않지만 인수금융 역시 '고객 차주'의 기대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화그룹의 아워홈 인수금융은 '상징적으로' 4%대 금리가 설정됐는데, 앞으로는 4%대 금리가 일상화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거래가 금리 인하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최근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단행했는데, 기존보다 금리가 더 올랐다. 건설업에 대한 투심 악화, 중흥그룹의 차입금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은 위험가중자산(RWA) 규제를 받고, 증권사는 미매각 시 타격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금리 조건을 신중히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