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후순위, 우리은행 선순위 대출
대규모 적자 기록중인 람정제주개발
"국내외 은행권 DSCR 규제로 대출 어려워"
우리銀 "담보 가치 확실, 상환 여력 충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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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복합리조트 신화월드를 운영하는 람정제주개발이 대규모 리파이낸싱을 추진중이다. 람정제주개발은 홍콩 상장법인 '랜딩인터내셔널'이 최대주주로 사실상 중국계 자본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다.
람정제주개발은 지난 2023년 말 연결 기준 매출액 1754억원, 영업손실 255억원 그리고 143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리조트와 카지노 사업 모두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데 중국인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카지노 사업에서 적자폭이 비교적 큰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람정제주개발이 리파이낸싱을 추진하는 자산은 당초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빌린 자금이다. 람정제주개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메리츠캐피탈 등으로부터 약 2365억원을 차입했는데 이 가운데 2100억원가량에 대해 리파이낸싱을 진행중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우리은행이 해당 대출에 대한 리파이낸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메리츠로부터 빌린 자금의 금리는 표면상 약 7~8% 수준, 올인코스트(All-in-Cost) 기준 10%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한국투자증권이 후순위 약 600억원, 우리은행이 약 1500억원을 선순위로 대출하는 구조가 검토되고 있다. 신규 대출 금리는 메리츠의 대출 금리보단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람정제주개발은 약 2023년부터 국내외 은행 및 금융기관들로부터 차입을 추진해 왔다. 금리 인하기를 맞아 보다 낮은 이자로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단 람정제주개발이 대규모 적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은행은 물론 중국 및 홍콩계 은행들 모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 하나은행은 해당 자산의 리파이낸싱 참여를 검토했으나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도 비슷한 시기 논의를 중단했지만, 최근들어 다시 검토에 돌입해 투심위 의결을 앞두고 있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중인 기업은 은행권 대출 승인이 쉽지 않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CR) 규제, 즉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원금과 이자의 상환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메리츠금융그룹, 이번 거래에 참여하는 한국투자증권과 같은 증권사들과 달리 시중은행의 대출 기준은 보다 엄격하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람정제주개발의 수익구조로는 DSCR로 인해 대손을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은행권 대출이 불가능하다"며 "시중은행과 중화권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는 상품을 우리은행 본점에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대출에 나서는 것이 의아하다"고 평가했다.
신화월드는 2018년 개장 이후 빠르게 사세를 확장하려했으나 현재는 뚜렷한 성장 전략이 없는 상태다. 최상위 지배기업인 랜딩인터내셔널은 과거 신화월드 2단계 사업으로 포시즌스 리조트, 미국 미디어 그룹 라이언스게이트의 테마파크 등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잠정 중단했다. 2023년엔 대형마트 예비사업자로 코스트코를 선정해 2026년 개점을 목표로 했으나 이 역시 요원한 형국이다.
수익성 개선 전략이 모호한 상황에서 지난 2020년 신화월드 내 카지노(랜딩카지노)에선 145억원 규모의 횡령사건이 발생하며 내부통제 이슈도 불거졌다. 이듬해엔 양즈후이(仰智慧) 랜딩인터내셔널 회장은 공안에 체포되기도 했다.
제주도에 위치한 카지노 사업이 모두 적자를 기록중인 것은 아니다.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제주 드림타워의 경우 지난해 중화권 고객과 일본 관광객이 크게 늘며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홍콩계 운용사 한 관계자는 "제주 드림타워와는 달리 신화월드의 현재 공개된 재무상황과 각종 이슈들을 종합해보면 한국은 물론 외국계 은행들에선 대출이 나가기 쉽지 않은 구조이다"며 "(우리은행은) 선순위 대출이긴 하지만 상당한 리스크를 지고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지노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계 기업에 대해 시중은행이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서는 것에 대해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내국인(한국인)들이 이용하는 리조트 사업을 통해, 중국인들을 위한 카지노 사업의 대규모 적자를 메우고 있는 수익 구조를 가진 중국기업에 대한 시중은행의 대규모 대출이 과연 타당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람정제주개발은 2023년과 2024년 주주차입금을 영구채로 전환해 재무건전성이 강화됐다"며 "제공된 담보가치 충분해 채권보전이 확보된 상태로, 최근의 현금흐름을 고려시 원리금 상환 여력 충분하다고 판단돼 내부 검토중이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