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절반ㆍ회의는 두 배' 금융지주 사외이사, 구인난 해소 '막막'
입력 2025.03.05 07:00
    '억대 연봉' 대기업보다 덜 받는데
    소위원회 참여 횟수는 훨씬 많아
    갈수록 더해지는 내부통제 책임도 부담
    겸직금지 조항 때문에 '고사'도 많아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지주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또다시 사외이사 구인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 대기업 사외이사들보다 보수는 절반에 가까운 반면, 회의 참석 횟수는 두 배에 달하는 등 업무 강도는 훨씬 높은 까닭이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일반기업과 달리 사외이사 겸직이 어려운 탓에 차라리 복수의 사기업에서 사외이사를 맡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교수 일색'의 금융지주 사외이사 구조는 당분간 바뀌기 어려울거란 분석이 제기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구인난을 겪고 있다.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9명 중 21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당국이 내부통제 강화 및 경영진 견제 기능 강화를 요구하면서 교체를 놓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타깃이 됐던 우리금융을 제외하면, 하나·KB 등 타 금융지주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외이사 교체폭을 최소화하려는 분위기다. '안정'에 무게를 싣는단 설명이지만, 금융지주 사외이사 구인난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사기업보다 금융지주 사외이사 구하기가 훨씬 어렵다는 토로가 나온다. 주요 대기업 대비 보수를 덜 받는 반면 업무량이나 책임은 크다는 평가다. 지난 2023년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1인당 평균 보수는 약 7500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 2023년 주요 대기업 사외이사 평균 보수는 1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곳들이 많았다. 삼성전자는 사외이사 1인당 평균 2억300만원을 지급했고, SK텔레콤(1억6360만원), SK이노베이션(1억6120만원), SK하이닉스(1억5510만원), 삼성물산(1억4620만원) 등의 사외이사들도 억대 연봉을 받았다. 

      KB금융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일부 사외이사들의 보수가 1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2023년 기준 이사회 의장이었던 김경호 의장의 연간 보수는 1억1106만원으로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사회 의장은 의장 수당을 받기 때문에 사외이사 중 보수가 가장 높다.

      신한금융에서는 지난 2023년 당시 이사회 의장이었던 이윤재 전 사외이사가 8750만원, 하나금융에서는 의장이었던 김홍진 전 사외이사가 8365만원, 우리금융 이사회 의장이었던 정찬형 전 사외이사가 연간 보수로 8700만원을 받았다.

      주요 대기업 대비 보수가 낮은 반면 업무 강도나 책임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23년 주요 금융지주들의 이사회 개최 횟수는 신한(13회), KB(15회), 하나(11회), 우리(14회) 등으로 평균 13회를 기록했다.

      이사회 내 소위원회 참석 횟수까지 합하면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참석 횟수는 최대 60회까지도 늘어난다. 평균 연봉이 2억원대를 기록한 삼성전자 사외이사들은 지난 2023년 평균적으로 8번의 이사회와 17차례 소위원회에 참석했다. 단순 이사회 및 소위원회 참석 횟수 비교하면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업무 부담이 훨씬 높은 셈이다.

      사외이사들의 책임이 크다는 점도 금융지주 사외이사직에 '손사레'를 치는 이유 중 하나다. 금융산업 특성상 금융당국 정책에도 기민하게 따라야 하고, 최근 잇따르는 은행권 금융사고와 관련해 사외이사들의 내부통제 책임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렇듯 '덜 받고, 더 일하는' 금융지주 사외이사를 하느니, 사기업 사외이사 두 곳을 맡아서 하는 게 낫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최대 2개까지 겸직이 가능한 사기업 사외이사와 달리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할 수 없다.

      이런 문제들이 모여 '교수' 일색의 금융지주 이사회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능력과 명망을 갖춘 사외이사 후보진은 대기업에서도 수요가 많은데, 이들이 굳이 금융지주를 택할 이유가 없다보니 그나마 공급이 꾸준한 교수진 위주로 사외이사 자리를 채우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지주들은 대외적으로는 금융당국 모범관행에 맞춰 사외이사 후보군을 상시 관리 중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어려움은 크지 않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업계에선 실제 금융지주들의 '태핑'을 받아도 고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기존에 다른 기업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분들은 겸직 금지 조항 때문에 금융지주 사외이사 제안을 받아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업무 강도나 겸직 제한 등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사외이사에 비해 부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