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부터 홈플러스까지 MBK 發 위기론 확산…PEF 운용사들 '초긴장' 모드
입력 2025.03.04 15:05
    홈플러스 4일 기업회생절차 돌입
    PEF 소비재 기업 투자 부정적 여론 확산 우려
    정치권 PE 규제안, 입법 속도낼까 PE업계는'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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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대표 포트폴리오인 홈플러스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시작한 MBK가 최근 금융권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PEF 업계에선 이로 인한 여파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PEF를 향한 대외적인 신인도 문제를 넘어서 각종 규제가 생겨날 것이란 우려도 벌써부터 나오는 모습이다.

      홈플러스는 4일 자정을 전후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날 10시를 전후로 대표자 심문을 마쳤고, 법원은 심문 약 2시간만에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제부턴 홈플러스가 보유한 모든 채무에 대해 동결 조치가 내려지게 되고, 회사는 회생계획안 마련을 위한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자산 실사를 시작해 회생계획안을 도출하기까지 수 개월 이상 소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은 지난달 28일, 신용평가사들이 홈플러스의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떨어뜨린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하향했다.

      MBK 측은 "매입·영업대금 유동화 및 단기 기업어음을 발행해 운전자금으로 활용해 오고 있다"며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됨에 따라 단기 자금 운용에 차질이 예상돼 불가피하게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단 홈플러스는 영업을 통해 현금을 꾸준히 벌어들이고 있는 상황. 과거 비교적 높은 금액으로 임대차 계약이 맺어진 점포들의 계약관계가 조정되면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란 복안도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결정이 내려지며 관련 업계에 미칠 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메리츠증권과 같은 담보 채권자들의 경우엔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무담보 채권의 경우엔 전액 변제 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언제까지 변제를 받을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일단 MBK측은 "상거래 채권은 100% 변제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국내 PEF 운용사 대표급 관계자(A)는 "이날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신청 직후 보유한 포트폴리오의 홈플러스에 대한 상거래채권 등을 바로 파악하기 시작했다"며 "사실 상거래채권을 변제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이 상당히 오래걸리고, 또 그기간을 버티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3호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투자했다. 실사를 통해 자산과 부채 규모를 면밀히 따져봐야하지만,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경우엔 주주의 주식가치는 거의 '0'에 수렴하는게 일반적이다. 다만 3호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펀드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추론도 가능하다. 이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자체가 MBK파트너스에 미칠 유·무형형적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우리나라 PEF 운용사의 대표격인 MBK파트너스가 소비재 기업인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를 기습적으로 신청함으로써, 소비자들의 PEF에 대한 인식변화가 예상되고 정치권에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단 점에서 PEF 업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다른 국내 대형 PEF 업계 대표급 관계자(B)는 "홈플러스의 회생절차가 MBK 블라인드펀드 수익률에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MBK가 아닌 다른 PEF 운용사들은 당장 유무형적인 영향을 살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MBK가 촉발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 PEF 운용사의 투자활동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가 운용사를 향한 각종 규제를 양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우려도 벌써부터 나오는 형국이다.

      또 다른 국내 PEF 대표급 관계자(C)는 "MBK와 최윤범 회장 등 어느 한 쪽의 잘잘못을 떠나 일단 운용사의 투자 활동에 대해 수면위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것 자체가 업계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안그래도 정치권에서 각종 PE 규제를 위한 입법 움직임이 있었는데, 사모펀드가 경영하는 대형 소비재 기업이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정치권의 움직임이 가속화할까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정치권의 움직임 외에도 PEF 운용사들의 소비재 기업 투자 활동이 위축할 것이란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에 따른 여파가 어떤 주체까지 또 어느 규모로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임직원과 노조, 금융권 및 다양한 상거래 채권자들이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소비재 기업의 특성상, 이번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를 계기로 PEF 운용사들의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언급된다.

      한 PEF 대표급 관계자(D)는 "사실 이제부턴 소비재 기업에 대한 PEF의 투자 활동은 당분간 어렵게 됐다고 본다"며 "(소비재 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을 모으는것부터 여론에 대한 부담까지 갖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이) MBK 외에 다른 운용사들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