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에서 D로…홈플러스는 신용등급 사수를 위해 6년동안 뭘했나
입력 2025.03.06 07:00
    취재노트
    자산 매각 노력 등에도 신용 위험 현실화
    MBK 인수 이후 반복된 신평사의 우려
    "등급 하향 방어에 적극적이었을까" 의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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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하향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개시가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막기 위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노력했는지 의문이라는 평가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향후 잠재적 단기 자금 부담을 선제적으로 경감해 홈플러스의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홈플러스의 임직원과 상거래처의 이익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홈플러스 경영진의 회생절차 신청에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 이런 조치가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최선의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오랜 기간 이어진 홈플러스의 부진 요인을 외부로 돌리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용평가사(신평사)를 기업회생절차의 '원흉'으로 지목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홈플러스는 신평사가 통보한 등급에 동의하지 않아 재심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MBK파트너스도 이 과정에 개입했다. 

      일반적으로 신평사의 기업 신용등급 절차는 ▲신평사의 등급 심의 및 결정 ▲해당 기업에 등급 통보 ▲해당 기업의 등급 동의 ▲신평사의 신용등급 공시 순으로 이뤄진다. 등급을 통보받은 기업이 신용등급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등급 재심사 과정이 추가된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월 27일 정기평가를 통해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신평사들은 ▲영업 부진 장기화 ▲자산 매각 노력에도 과중한 재무 위험 ▲중·단기 내 영업 실적 및 재무 구조 개선이 불확실한 점을 등급 하향 조정의 이유로 들었다.

      신평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매장 리핏(리뉴얼)을 통해 영업 실적이 개선될 거라며 등급 재심사를 요구했다. 또 회계상 부채로 계상된 상환우선주(RCPS)의 상환 구조를 바꿔 자본으로 전환했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5조원을 대출했는데, 이 중 RCPS로 7000억원을 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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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등급 하향을 방어하기 위한 홈플러스의 재심사 요구가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평업계는 홈플러스가 제시한 근거를 신용등급 평가에 이미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평업계 한 관계자는 "원칙에 따라 등급 평가를 했을 뿐"이라며 "영업실적과 재무부담을 감안했을 때 등급 하향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은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 신용등급은 인수 직후인 2015년 10월 A1에서 A2+로 떨어진 뒤 ▲2019년 3월 A2 ▲2020년 8월 A2- ▲2022년 2월 A3+ ▲2023년 2월 A3 ▲2025년 2월 A3-로 떨어졌고 3월 회생절차 개시로 디폴트가 났다. 홈플러스 실적은 2021년부터 연간 1000억원 단위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시기별 등급 하향 리포트에서 제시된 등급 하향 근거에 몇 년 동안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다. ▲비우호적 영업 여건으로 이익창출력 약화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 등이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팩트체크'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요인은 대형마트에 대한 각종 유통규제로 인해 온라인 사업자와의 경쟁구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불공평해진 상황에서 (코로나 기간) 소비트렌드 마저 빠르게 변화하면서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라 전했다.

      홈플러스의 실적 부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그러나 신평사가 지적하는 이슈가 반복되다 보니 홈플러스가 등급 하락을 막기 위한 노력이 시장에 잘 와닿지 않는다는 평가다. 시장과 소통이 이뤄지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기업회생절차 개시와 관련해 대주단과 사전 소통이 부족했다"며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는 신평사에 소명은 제대로 했는지, 신용등급 하향을 오히려 기업회생절차 개시의 기회로 사용하지 않았는지 말이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