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 심사 기준 반영 가능성 주목
M&A 업계 "적대적 M&A 정의 내리기 어려울 것"
PEF 사이에선 오히려 명확한 가이드라인 필요하단 의견도
-
국민연금이 적대적 M&A에 대해 사모펀드(PEF)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있다. 최근 상장사 경영권 분쟁이 잇따르면서 해당 건에 관여한 PEF 출자에 대한 검토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국민연금 출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2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바이아웃(경영권 거래)를 하는 PEF와 만남을 가지면서 적대적 M&A에 대한 생각을 묻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적대적 M&A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부터, PEF들의 참여 의사 등을 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운용 관련 언급할 부분은 없다"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적대적 M&A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경우, 이는 향후 출자 심사 기준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해외 출자자(LP)들은 블라인드 펀드라도 적대적 M&A 거래에 선택적으로 빠질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 두고 있다. 이 점에서 해당 내용이 출자약정서에 반영될 수도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달 사이 국민연금에서 바이아웃 PEF와 만남을 가지면서 적대적 M&A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라며 "국민연금 차원에서도 해외 사례 등을 살펴보면서 스터디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배경으로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경영권 분쟁이 거론된다. PEF가 직접 개입하는 경영권 분쟁이 증가하면서, 국내 최대 기관 투자자인 국민연금도 투자 방향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최근의 양상은 경영권 분쟁이 원만하게 끝나기 보다는 결국 치열한 법정싸움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적대적 M&A가 소송전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보니 국민연금 차원에서 적대적 M&A 출자에 대한 가이드라인 필요성이 커졌다"라며 "법적다툼은 드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결과가 나올때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투자 수익률과도 직결되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당장 부딪치는 문제가 적대적 M&A를 어떻게 정의 내릴지다. 적대적 M&A를 규정해야 이에 맞춰서 출자 및 투자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M&A 업계에선 이에 대해서 '칼로 무 자르듯이 정의 내릴 수 없다'가 중론이다.
적대적 M&A는 일반적으로 피인수 기업의 경영진이나 이사회가 반대하는 인수 시도를 의미한다. 하지만 M&A 거래가 복잡해지면서 단순하게 정의 내리기 쉽지가 않다. 각 국가마다 법적, 문화적, 경제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도 적대적 M&A를 정의 내리기 어려운 부분이다.
주주권을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경영진이 반대하더라도 공개매수를 통한 M&A가 일반적이다. 이에 반해 독일에선 경영진과 이사회에 힘을 실어주는 지배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이들 의사에 반하는 M&A는 적대적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일본도 독일처럼 경영진과 이사회에 힘을 실어주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었다. 아베 정부 시절 산업경쟁력강화법이 도입되면서 주주권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국내는 아직 과도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만 보더라도 영풍-MBK파트너스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서로를 적대적 M&A로 규정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 적대적 M&A를 시도한다고 단정짓기 힘들다는 견해가 많다.
이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경영진뿐 아니라 주주가치로 자본시장 패러다임이 옮겨가고 있다"라며 "고려아연의 경우 경영진의 관점과 주주 관점에서 서로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적대적 M&A를 정의내리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적대적 M&A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 자체가 이러한 거래에 대한 부정적인 시그널을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 위탁 자금을 경영권 쟁탈 사용에 바람직 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적대적 M&A가 정치권 이슈로 비화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과거 삼성그룹 승계 이슈와 연루되어서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형사처벌 된 사례가 있다"라며 "이러한 트라우마 때문에 정쟁의 대상이 될 만한 거래에 PEF가 참여하는 것에 극도로 예민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의견 수렴이 오히려 PEF의 경영권 분쟁 참여에 문을 열어주기 위함이란 해석도 나온다.
적대적 M&A에 대해 출자 가이드라인이 생기면 오히려 애매모호한 현 상태보다 PEF가 더욱 적극적으로 해당 거래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PEF 입장에서도 지금처럼 국민연금 이사장이 국감에서 메세지를 내는 것보다 오히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는게 투자에 나서기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운용본부는 산업은행 등 다른 정책기관과 달리 연금 운용 수익률을 높여서 최대한 연금 고갈을 막는 것이 지상최대 과제다"라며 "적대적 M&A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생긴다면 PEF 입장에서도 이에 맞춰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투자에 나서면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국민연금 이사진의 눈치를 덜 봐도 된다는 점은 오히력 긍정적 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