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이 얼마나 인정해줄지는 미지수
기존 차입금 갚고 KKR도 먼저 챙겨줘야
마제스티골프 인수금융 차환 작업 난항
금융권서 프리드라이프 지급보증 요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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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프리드라이프는 현재 VIG파트너스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트폴리오로 꼽힌다. 지난 2016년 좋은라이프를 시작으로 여러 상조회사와 장례식장을 인수했고, 2020년에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한 후 합병해 1등 상조업체로 키워냈다. VIG파트너스는 2023년 하반기부터 프리드라이프 매각을 추진했다. 그해 국민연금 블라인드펀드 출자 콘테스트에서 낙방하며 투자회수 성과를 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프리드라이프는 업계 1위고 매년 선수금 규모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1조원 중반대 이상의 가격도 기대할 만하다는 시각이 있었는데 결과는 달랐다. 일부 원매자는 결합상품 판매로 유입된 고객이 많았다는 점에 집중하기도 했다. 상품 만기 후 자금 유출 상황을 본 후 투자를 고민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작년 상반기까지 매각이 지지부진하자 VIG파트너스는 프리드라이프 부분 회수로 선회했다. 인수금융 자본재구조화(리캡)를 통해 차입금을 3000억원가량 늘려 투자자에 배당했다. 3호와 4호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갖고 있던 프리드라이프 구주 일부를 KKR에 팔았다. 이런 노력에도 2년 연속 국민연금 콘테스트에서 낙방했다.
VIG파트너스는 최근 웅진그룹을 프리드라이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았다. 웅진그룹은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하기 위한 막바지 실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3월 중순께에는 프리드라이프 기업가치와 거래 규모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적 투자자(FI)와 인수금융 주선 기관 물색 작업도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VIG파트너스가 웅진그룹을 낙점한 데 대해 양쪽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을 것이란 시각이 있지만, 일각에선 그만큼 큰 돈을 지불할 원매자가 많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웅진그룹은 과거 코웨이 인수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매매대금 산정에서 무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KKR을 유치했을 때의 기업가치(1조원 이상)를 얼마나 인정하느냐가 핵심이다.
VIG파트너스는 프리드라이프를 팔면 작년에 7%대 금리로 빌린 3600억원 중 남아 있는 금액을 갚아야 한다. 이어 KKR의 투자금도 돌려줘야 하는데 이 부담 역시 작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제까지 리캡, 소수지분 매각 등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긴 했지만 처음 거론됐던 수준의 성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작년 증권사들은 여러 기관출자자(LP)를 대상으로 프리드라이프 소수지분 투자 제안을 했다. 당시 제시된 보장 내부수익률은 10% 이상이고 이후 이벤트에 따라 가산 금리가 붙는 조건(Step up)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수시 거래배수(multiple)와 IRR 중 높은 것을 적용한다거나, 최우선 회수권을 가진다는 등 유리한 조건들이 제시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LP 관계자는 "여러 기관이 프리드라이프 투자 제안을 받았는데 결국 KKR이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급한 쪽은 VIG파트너스였기 때문에 KKR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제시 했을텐데 이를 감안하면 1조원 정도에 매각해서는 VIG파트너스가 가져갈 것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드라이프는 VIG파트너스의 핵심 자산이다 보니 의도치 않게 다른 포트폴리오와도 연결되는 모습이다.
VIG파트너스는 SG PE와 함께 스마트스코어 컨소시엄을 꾸려 마제스티골프를 인수했다. NH투자증권 등 주선으로 1200억원 규모 인수금융을 일으켰는데, 골프 산업이 침체하면서 재무약정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에 작년 하반기부터 선제적으로 인수금융 차환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순탄치 않은 분위기다.
여러 금융사와 기관들에 제안을 넣었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곳은 많지 않았다. 메리츠증권 주식운용본부에서 조건부 투자 의사를 드러냈는데 이 역시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시장에선 프리드라이프의 지급보증이나, VIG파트너스의 5호 블라인드펀드 자금 추가 출자 등 신용보강 안을 강하게 요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에서 빡빡한 신용보강 조건을 제시하며 투자의향을 밝혔는데 운용사가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펀드의 애먹는 포트폴리오에 새 펀드 자금을 쓰기는 쉽지 않다. 프리드라이프의 권리관계가 복잡해지는 것 역시 매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기 어렵다. VIG파트너스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들이다 보니 메리츠증권도 거래 성사 기대는 크지 않은 분위기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