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에 돈 떼일까' 협력업체 좌불안석...'티메프처럼은 못해' 금융당국 손사래
입력 2025.03.06 15:54
    홈플러스 상품권 결제 중단되며 납품업체 등 연쇄 부도 우려 거론
    MBK, 현금 3090억원 보유 강조하며 "상거래 채권 지급 문제없다"
    금감원 "금융사 익스포저 관리 가능한 수준"…개입보다 모니터링
    법원 중심 해결 전망…"회생절차 신속 처리시 협력업체 피해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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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소비자 피해와 유통업계 연쇄 충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소식이 전해지자, CJ푸드빌, CGV, 신라면세점, HDC아이파크몰, 삼성물산 패션부문, 앰배서더호텔 등이 상품권 결제를 중단했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과거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와 유사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입점업체와 협력사들은 정산이 늦어지며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다. 다만 티메프 사태와는 달리 금융당국은 별 다른 대응 수단이 없다며 한발 물러나있는 모양새다.

      LG전자는 6일 홈플러스에 당분간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메이저 협력업체로서는 처음이다. CJ나 롯데 등 대기열 계열 타 납품사들은 일단 관망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품 공급 종류나 물량은 조절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중소협력사ㆍ소상공인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욱 크다는 평가다. 홈플러스 결제 단말기를 사용하는 일부 입점 점주들은 정산이 평소보다 늦어지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중소 협력사의 경우 상거래 채권에 대한 추심 절차 등을 문의하는 등 미리 대비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체의 대금지연으로 인한 연쇄 충격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과거 티메프 사태를 연상케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티몬과 위메프는 운영 자금 문제로 인해 판매업체 대금 정산이 지연되었고, 이로 인해 소비자·판매자·거래업체들이 약 1조3000억 원대의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다만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시선은 티메프 사태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티메프 사태 당시 금융감독원은 카드사에 관리책임과 환불ㆍ정산 의무를 부여하며 조기 진화에 나섰던 바 있다.

      티메프 사태 당시, 금감원은 감독 부실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전자금융업자로 등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자 등록을 한 업체들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대상이며, 금감원은 해당 업체들의 자금 관리·운영 실태를 면밀히 점검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다. 홈플러스와 협력업체(판매업자) 간의 계약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관리 영역에 해당한다. 홈플러스 상품권의 96%가 자체 매장에서 사용되며, 외부 제휴처 비중이 4%에 불과해 상품권 사용 중단에 따른 소비자 피해 규모가 제한적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 기업어음(CP) 조달 등 금융시장 영향을 모니터링 하는 수준에서 대응하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티메프와는 달리 바로 법정으로 가버린 상황에서 행정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며 "공정위가 관할할 이슈"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개입할 부분은 투자자 피해 이슈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는 기업어음(CP)과 카드 대금채권 유동화증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해왔으며, 이와 관련된 금융권 익스포저는 약 5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특히, 일부 CP(기업어음)는 기관투자자가 아닌 일반투자자에게도 재매각된 것으로 알려져 대금 정산이 지연될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BK파트너스도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현금 유동성을 강조하며 적극 대응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가 3월 현재 가용 현금 잔고 3090억 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 달 동안 영업활동을 통해 추가로 3000억 원이 유입될 예정"이라며 "총 가용 자금이 6000억 원을 넘기 때문에 상거래 채권 지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일반 상거래 채권에 대한 지급을 즉시 재개했으며, 순차적으로 전액 변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MBK파트너스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홈플러스의 재무 악화가 MBK파트너스의 과도한 배당과 레버리지(차입) 전략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인수 이후 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홈플러스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투자 과정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MBK파트너스의 운용 전략 실패를 이유로 금감원이 직접 제재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홈플러스 사태 칼자루는 법원이 쥐고 갈 것으로 예상된다. 티몬·위메프 사태에서는 자체 회생이 불가능해진 후에야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그 과정에서 대규모 환불 요청, 판매자 이탈, 소비자 피해 등으로 경영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반면, 홈플러스는 이러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상거래 채권(상품권 등)은 우선 변제 대상이 된다. 다만, 법원의 승인 후에야 변제가 가능하므로 변제 시점이 늦어질 수 있음은 감안해야 한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회생 신청을 조기에 결정한 만큼, 법원이 신속히 처리한다면 협력업체 및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법원이 핵심적인 조정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