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반대 무릅쓰고 MBK 홈플러스 인수 지원한 국민연금, '의리'의 대가는?
입력 2025.03.07 07:00
    국민연금 6000억, 새마을금고 700억 RCPS 투자
    행정공제회 및 수협중앙회도 참여
    후순위 MBK 블라인드, 코인베 펀드 이미 상각한듯
    담보권자 메리츠 역시 원금 보장은 가능
    RCPS 회생채권으로 분류될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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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게되면서,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약 7000억원을 투자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자들 원금 회수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RCPS의 최대 투자자는 국민연금(6000억원)이고, MG새마을금고(약 700억원), 행정공제회와 수협중앙회 등이 참여했다.

      아직 손실 여부를 확정 짓긴 이른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 이와 상관없이 최대 투자자인 국민연금이 크게 난처해질 상황이 됐다. 

      10년전 MBK의 홈플러스 인수 당시. 국민연금은 다른 어느 거래보다도 강력하게 MBK를 지원하고 자금을 댄 최대 우군 혹은 동맹의 역할을 했다. 투자규모도 당시 시장 상황에서는 엄청난 수준이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 홈플러스는 예고도 없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국민연금 등을 위시한 공동 투자자(Co Invesotr)들이 관련 내용을 전달받거나 추후 전략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했는지는 미지수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 회생절차 돌입 직후 국민연금 내부적으론 상당히 혼란스러워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008년 대우조선은 못해도 2015년 홈플러스는 투자한 국민연금

      애초 국민연금이 홈플러스에 투자할 당시부터 논란이 적지는 않았다. (관련기사 : 국민연금의 홈플러스 투자 결정, '관행 파괴' vs '최악의 판단'?)

      2015년 매각이 진행되면서 KKRㆍ어피너티ㆍMBK파트너스 사이에 인수 경쟁이 붙었다. 거래 규모가 워낙 커서 '자금조달'이 승리의 키가 됐다. 

      MBK파트너스는 당초 골드만삭스PIA로부터 투자 유치를 계획했으나, 막판에 골드만삭스의 투심위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 이 와중에 국민연금은 상당히 적극성을 띄며 MBK의 손을 잡았다. M&A 과정에서 특정 후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겠다는 국민연금 내부 방침마저 깨고 본입찰을 치르기 전부터 투자를 확약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결정은 당시로서는 '파격'에 속했다. 일례로 2008년 산업은행이 주도한 대우조선해양 매각 당시, 포스코ㆍGSㆍ한화ㆍ현대중공업의 조단위 경쟁이 치열할 당시, 국민연금을 '컨소시엄'에 넣느라 혈안이 됐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곳이 무조건 이기게 된다"는 이른바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아예 국민연금 투자 자체가 무산됐다. 이후 국민연금이 경쟁입찰 과정에서 미리 특정후보와 결탁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일은 금기시 됐다.

      홈플러스는 이런 금기마저 깨고 국민연금이 적극 MBK파트너스를 도왔다. 당시 논란도 적지 않았고 일각에서 역시 형평성 논란도 벌어졌다. 하지만 투자대상을 입도선매한다는 시각으로 전격 MBK파트너스를 지원하는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평판 리스크까지 감안하며 강행한 투자금 회수도 장담하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MBK파트너스를 믿고 과감하게 투자를 단행한 국민연금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으로 전해진다.

      후순위 에쿼티는 이미 상각...국민연금은 주주? 채권자?

      국민연금 투자금이 제대로 회수될 지도 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MBK파트너스가 2015년 홈플러스의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인수대금은 크게 3개의 트랜치로 구성돼 있었다. ▲MBK파트너스 3호 블라인드펀드와 공동투자자(Co-Investor)의 후순위 에쿼티 투자(2조5000억원) ▲중순위(메자닌) 성격의 RCPS(상환전환우선주) 투자(7000억원) ▲국내금융기관들이 참여한 인수금융(2조7000억원) 등이다. 총 인수금액 7조2000억원 가운데 나머지는 기존 홈플러스가 매도자인 테스코 본사로부터 연 13%에 달하는 차입금이었는데, 이를 홈플러스는 추후 국내 금융기관들에 자금을 모아 낮은 금리로 차환했다.

      일단 후순위 에쿼티 투자자들은 이미 손실(?)을 감수한 상황.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이상, MBK를 비롯한 공동투자자들의 주주로서의 권리는 대폭 줄어든다. 

      다만 펀드 자체에 실질적인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미 MBK파트너스 3호 블라인드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은 28% 수준으로 홈플러스의 투자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더라도 펀드 자체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투자자인 캐나다공무원연금(PSP investment), 테마섹(Temasek),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은 일부 또는 전액에 대해 상각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중순위로 참여한 국민연금 등 RCPS 투자자들이다.  당초 7000억원의 RCPS 투자금은 현재 약 1조1000억원 수준까지 불어난 상태다. MBK파트너스 측은 "매년 투자금의 2~3% 가량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했다"고 했지만, 미지급 이자들이 쌓여 1조원이 넘는 금액까지 늘어났다.

      RCPS 투자자들이 안전하게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법원이 RCPS 투자자를 주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채권자의 지위로 볼 것인가가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례가 많지는 않지만 회사가 배당가능이익이 '충분하다'는 전제하에선 RCPS를 회생채권으로 분류하고, 반대의 경우엔 주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만약 RCPS가 회생채권으로 분류되지 못하고, 주주로서의 지위를 갖게 된다면 사안이 복잡해진다. 회생절차에선 주주의 권리가 대폭 제한된다. 채무의 변제는 공익채권(세금, 급여 등), 회생담보권, 회생채권 순으로 진행되는데 주주에 대한 변제는 가장 후순위이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감자가 이뤄지기도 한다.

      메리츠는 안전? MBK도 손해는 안봐? 국민연금 피해 최소화 방안 관건

      기업회생절차에서 주식을 감자하는 경우는 대부분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상황, 즉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추진된다. 홈플러스의 경우엔 현재 영업현금흐름이 발생하고 처분이 가능한 자산이 부채 보다 많기 때문에 주주들의 주식감소를 섣불리 예단하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최대주주가 채무 변제와 나머지 주주 보호를 위해 자신의 주식을 전부를 감자하는 경우는 흔하다. 법원 역시 채권자들의 채무를 조정하는 대신 주주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MBK파트너스 역시 보유 주식에 대한 권리를 강하게 주장하긴 어려울 것이란게 중론이기도 하다.

      홈플러스 관련 대출은 MBK파트너스의 리파이낸싱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는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1조3000억원 규모의 담보대출이 남아있다. 메리츠가 확보한 담보 가치가 크기 때문에 메리츠의 원금 손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어디까지나 법원의 의사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업회생절차에서 100% 가능성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메리츠 역시 10% 이상 고금리 대출 이자에 대해 일부 조정을 요구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의 경우엔 이번 회생절차 돌입으로 사실상 크게 손해를 볼 건 없다고 본다"며 "국민연금의 투자금이 변제를 받을 수 있을진 회생절차의 진행 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PEF)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개시함에 따라 보통주 투자자들의 자산가치는 제로(0)가 됐다고 보지만, RCPS 투자자들이 원금을 돌려받을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며 "RCPS 투자자들이 회생채권자로 분류되지 못한다면, 국민연금에 피해가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차등감자 정도는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