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면 IM 도는거 아냐?"…김동선 아워홈 인수전 '생중계'에 난처해진 한화
입력 2025.03.07 07:00
    취재노트
    철통같던 한화 M&A, 아워홈서 이례적 생중계
    계열사 활용, 당국 및 투자자 눈치에 구상 변경
    이사회 직접 참여 우회 등 전략 수정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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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그룹의 M&A는 항상 비밀스럽게 진행돼 왔다. 그룹 관계자들조차 '갑자기' 터진 인수 소식에 놀라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한화그룹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주도한 아워홈 인수는 마치 언론에 생중계되다시피 했다. 그룹 내부에서조차 "투자설명서(IM)가 시장에 돌고 있는 것 아니냐"며 당혹스러워했을 정도다. 정보 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경영권 지분(58.62%) 인수를 공식화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인수를 위해 특수목적법인 '우리집에프앤비'를 설립하고 2500억원을 출자키로 했다. 총 8700억원 규모로 구본성 전 부회장(38.56%)과 구미현 회장(19.28%)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이다. 시장에서는 기업가치 1조5000억원 평가가 동종업계 대비 5배 이상 높다는 고평가 논란과 함께, 내수 기반 단체급식 시장의 제한적 성장성, 범LG계열 물량 이탈 우려 등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8700억원에 달하는 대형 거래지만, 자문사도 선정하지 않고 그룹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실무를 진행했다. 그런데도 시장에서는 한화그룹 M&A의 철통 보안이 이번 아워홈 인수에서 처음으로 '구멍'이 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통상 M&A 정보가 극도로 제한된 인원에게만 공유되는데, 이번엔 그룹 내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정보가 흘러나왔다"며 "수개월 전부터 대기업의 아워홈 인수설이 시장에 퍼졌고, 진행 상황도 실시간 소문으로 확산됐다"고 말했다.

      아워홈 거래는 시작부터 여러 난관에 부딪혔다. 김동선 부사장은 당초 본인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계열사 자금을 활용해 인수자금을 마련하려 했으나 계획에 변화가 생겼다. 상장사인 한화비전을 통해 인수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계열사 간 내부거래 논란과 금융당국의 반응을 고려해 최종 구조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비전 내부에서도 보안장비 생산업체와 급식업체 간 시너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컸다. 한화비전의 최대주주는 33.95%를 보유한 ㈜한화지만, 다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6.34%)을 비롯한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반응도 부정적이었다. 

      한화그룹에서는 김동선 부사장이 아워홈 SPC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이마저도 불발됐다. 구지은 전 부회장과의 이사회 충돌 가능성과, 충돌 과정이 언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부담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김동선 부사장 대신 한화세미텍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을 거친 측근 조준형 경영지원실장이 의장으로 선임됐다.

      인수 이후에도 긴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구 전 부회장이 한화그룹의 인수에 반대하고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현재 아워홈 이사 3인 모두 구본성 전 부회장 측 인물이라 이사회 승인을 받기 어렵고, 4월 말까지 9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구지은 전 부회장이 가처분 신청을 낼 것에 대비해 계획도 세워둬야 한다. 실제로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이달 11일 진행했던 이사회 의사록에는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매도인들과 협의해 공동 대응할 예정"이라고 명시돼 있다.

      아워홈 인수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서 김동선 부사장이 추진하던 다른 M&A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자금 마련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면서 다른 인수 계획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든 것이다.

      한 자문사 관계자는 "작년부터 김동선 부사장이 관심을 갖고 있던 반도체 장비나 로보틱스 쪽으로 M&A를 추진하려 했으나, 아워홈 인수에 집중하면서 일단 보류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승연 회장과 오래된 가신들의 그룹 내 영향력이 여전한 가운데, 삼남의 독자적 행보가 시장 도마 위에 오른 것은 그룹 내부적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김동선 부사장에게는 고가 인수, 자금 조달, 구지은 전 부회장과의 관계 설정 등 아워홈의 여러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그룹 내 입지를 결정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아워홈 인수 과정이 실시간으로 공개된 후 여러 계획이 일부 조정된 것은 그룹 내부의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