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 LS 회장님, 주식 안 사면 중복상장 문제 해결되나요?
입력 2025.03.07 10:05
    취재노트
    "주식 사지 않으면 된다"…구자은 회장 발언에 LS그룹 주가 급락
    중복상장 우려에도 자금조달 강행…시장선 주주가치 외면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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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예전에는 중복상장이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논란이 되더라.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상장 후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의 발언에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다. 5일 구 회장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LS그룹의 계열사 기업공개(IPO) 잇따른 추진에 따른 중복상장 우려 질문에 이같이 답변하자, LS그룹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지난 6일 LS일렉트릭은 전날 대비 12.11% 급락한 22만5000원, 지주사 LS㈜도 10.29% 하락한 10만3700원에 장을 마쳤다. LS머트리얼즈, LS마린솔루션 등 계열사도 줄줄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7일에도 LS㈜가 장 초반 4% 가까이 급락하며 여진이 지속됐다.

      주가 급락은 구 회장 발언이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LS그룹은 현재 에식스솔루션즈, KOC전기, LS이링크, SEABL, LS MnM 등 다수 계열사의 상장을 연이어 추진 중이다. 

      비상장 계열사 상장 계획을 공식화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투자자들의 걱정에 '참여하기 싫으면 말라'는 식의 냉담한 대응이 LS그룹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크게 손상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반응은 중복상장의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될 경우 모회사 주주들의 주식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 

      구체적으로 LS그룹의 중복상장 문제는 KOC전기와 LS에식스솔루션즈 사례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이미 상장된 LS일렉트릭의 자회사인 KOC전기가 별도 상장하면, KOC전기 지분가치만큼 LS일렉트릭 주가가 희석될 뿐만 아니라, LS일렉트릭 주주들이 KOC전기 공모에 자금을 나눠 투자하면서 모회사 주가에 추가적인 하락 압력이 생길 수 있다. 

      한편, LS에식스솔루션즈와 SEBAL의 상장은 '쪼개기 상장' 논란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미국 전선회사 슈페리어에식스에서 통신사업과 권선사업 부문을 분리해 설립된 회사들로, 사실상 하나의 사업체를 여러 개로 나눠 별도 상장하는 형태다. 더구나 LS에식스솔루션즈는 지주사인 LS를 기준으로 고손자회사에 해당하지만, 외국 자회사라는 이유로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참고기사: LS그룹, '고손자회사'도 중복 상장 추진...'해외법인'으로 규제 우회)

      이러한 복잡한 상장 계획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구 회장은 자금조달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는 "작은 회사들이 성장하려면 계속해서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며 "투자를 하려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방법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구 회장이 중복상장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듯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중복상장을 한국 증시 저평가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다. 국내 대기업들이 모회사-자회사 동시상장이나 계열사 다중상장으로 나서면서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뒷전으로 밀린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인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LG화학 주가는 한 달만에 17%가 빠졌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LS그룹 비상장사들의 IPO로 그룹 자산가치가 늘어 이익을 보는 건 결국 구 회장과 오너일가"라며 "주식을 안사면 된다는 식의 태도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강한 반발만 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주주가치 중시 경향에 맞춰, 시장에서는 중복상장 문제에 대한 기업들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자회사 상장이 불가피하다면 기존 주주 설득이 필요하며, 때로는 상장 계획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LIG는 중복상장 우려로 IPO를 중단하고 사모투자자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는 방식을 택했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계열사 중복상장을 통해 자금조달을 할 수는 있다"면서도 "불편하면 주식을 사지 말라는 발언을 '오너'가 '공개석상'에서 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만약 구회장이 'LS㈜ 주주분들의 염려를 알고 있으며, 자금조달을 통한 사업확장으로 그룹의 가치를 키워 보답하겠다, 기존 주주님들의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정도만 언급했어도 주가 급락 현상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구 회장은 공개석상에서 주주를 그저 따라오는 존재로만 여기는 구시대적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주식을 안 산다고 중복상장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