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망하겠어?" 하며 팔린 홈플러스 채권…불완전판매로 구제받을 수 있을까?
입력 2025.03.07 16:10
    회생 절차 직전까지 CP 발행…투자자 피해 수천억원 예상
    날벼라 맞은 투자자들…일각에선 불완전판매 가능성 거론
    구조조정 가능성 등 재무사정 충실히 설명했느냐가 핵심
    •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그간 발행한 채권에 대한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회생절차로 인한 개인투자자 피해 규모가 최대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채권이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에 판매됐는지 여부는 파악된 바 없다. 다만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정황이 포착되고, 이에 대한 민원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면 금융당국인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 개시 직전까지 CP(기업어음)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는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28일 투자등급 중 가장 낮은 A3로 하락했다. 하지만 그보다 3일 앞선 25일까지도 평소와 다름없이 채권을 판매했다. 특히 지난 2월 21일에는 6개월 만기 5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하는 등 기업회생 절차 신청 직전까지 시장 자금 조달을 지속했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의 재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채권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즉각적인 손실을 입게 된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회사의 재무 상태나 부실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했느냐라는 게 핵심 쟁점이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과거 동양사태를 살펴보면, 홈플러스 채권 판매에서 불완전판매 여부는 부도 위험성과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한 충실한 설명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회생 절차 개시 직전까지 채권이 판매된 점을 중요하게 고려할 것이란 설명이다. 

      만약 홈플러스 측에서 채권 발행 시점에 재무 사정을 고의로 숨겼다면, 판매사들이 회사를 사기 혐의로 형사고소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선 관게자는 "채권 판매사(증권사)들이 정확한 재무 사정을 알지 못한 채 채권을 팔았고, 홈플러스가 이를 고의로 은폐했다면 문제를 제기할 여지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경우 판매사들은 일차적으로 불완전판매를 인정해 고객들에게 피해를 배상한 뒤, 채권 발행 주관사나 홈플러스 측에 구상권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판매사들이 자체적으로 먼저 나서기보다는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통해 불완전판매 여부가 확인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금융권 익스포저(위험노출액), 투자자 피해,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채권투자자들이 당국에 불완전판매 가능성과 관련한 민원을 제기할 경우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채권 판매사들은 해당 상품이 출시 당시부터 리스크가 커 일반 개인투자자들에게 무분별하게 권하기 어려운 상품이었고, 주로 전문적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했던 만큼 민원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업계에서 파악 중인 홈플러스 채권의 개인투자자 피해규모는 최대 8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된다. 이는 일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잔액 총 1860억원, 홈플러스의 카드대금 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유동화증권 4019억원, 그리고 홈플러스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한 부동산 공모펀드 판매액 1740억원을 합산한 규모다.

      홈플러스의 변제 순위를 고려하면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변제 순위는 담보채권자(1순위), 무담보채권자(2순위), SPC(특수목적회사)·RCPS(상환전환우선주) 투자자(3순위), SPC 출자자(4순위)로 구성돼 있는데, 1조2000억원을 빌려준 메리츠증권이 1순위에 해당한다. CP 및 단기사채를 포함한 금융채무는 무담보 채권자로서 메리츠증권에 변제 순위가 밀리기 때문에, 향후 확정될 계획에 따라 채무재조정 및 상환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개입 강도와 시기가 변수로 꼽힌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라임펀드 사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 금융사고에 대처하며 이전과 달리 판매사 책임을 엄중히 묻는 정책을 고수해왔다. DLF 사태의 경우 평균 배상률이 58%에 달했다. 이전까지 판매사 책임을 20~30%로 제한하던 기류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리테일 창구에서 CP 등을 취급한 판매사들이 만약 '홈플러스에서 장 보시죠? 거기가 망하겠어요?'라며 위험고지를 소홀히했다면, 라임펀드나 DLF와 비슷한 수준의 배상 책임이 판매사에 부여될수도 있다"며 "회생절차가 시작됐기 때문에 피해 투자자들의 민원이 시작되면 금감원이 나설 필요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