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법정관리行, '승자의 저주'이자 '프로젝트 펀드의 저주'
입력 2025.03.10 07:00
    취재노트
    [홈플러스 사태의 교훈]①
    2015년 홈플러스 인수로 맹주 등극
    무리한 차입, 전략 부재로 회수 난항
    결국 회생절차 행으로 시장에 파장
    국민연금서 따로 받은 자금도 부담
    홈플러스 손실 땐 LP라인 약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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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2015년 진행된 홈플러스 M&A는 국내 사모펀드(PEF) 시장 맹주 자리를 둔 자존심 대결 양상이었다. 오비맥주 거래에서 합을 맞췄던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KKR이 다시 손을 잡았다. 오비맥주 인수 실패를 설욕하려는 MBK파트너스도 홈플러스 인수에 전사 역량을 쏟아부었다.

      매각자 영국 테스코는 M&A 절차 막바지에 양측 인사들을 홍콩으로 불러들였다. 

      당시 서울에서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에는 테스코 측 인사와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민병철 어피너티 한국 총괄대표 등이 탑승했는데 적잖은 긴장감이 흘렀다는 후문이다.

      먼저 우위를 점한 곳은 어피너티-KKR 컨소시엄이다. 테스코는 컨소시엄 쪽에 계약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전하며 48시간의 우선협상 기한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승리를 낙관한 컨소시엄 관계자들은 조셉배(Joseph Bae) KKR CEO의 홍콩 숙소에 모여 자축했다.

      하지만 막판 역전에 성공한 곳은 MBK파트너스였다. 테스코는 임직원 위로금, 홈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등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MBK파트너스가 이를 모두 부담하기로 하면서다. 컨소시엄 측은 협상장 엘리베이터 앞에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보고 덜컥 했는데 불안감은 결국 현실이 됐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금액은 7조2000억원, 지금까지도 국내 PEF 거래 사상 최대 규모로 남아 있다. 당시에도 적정한 투자였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시각이 있었다. 

      MBK파트너스 내부에서도 저 정도 몸값은 출자자(LP)에 대한 배임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수조원대 빚을 떠안았다. 다양한 방안을 꾀했지만 결국 부채 부담을 해소하지 못했고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차라리 홈플러스를 어피너티 컨소시엄에 내줬으면 고생을 덜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일반적인 경영권 인수 M&A로 보고 기업가치 개선 방안을 마련했었다. 당시 홈플러스는 이미 연간 거래금액(GMV)이 5000억원 이상에, 2시간 내 근거리 배송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었다. 이를 적극 개선하고 활용했다면 지금 커머스 시장의 판도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반면 MBK파트너스는 처음부터 '부동산 거래'로 보고 자산 유동화 중심의 회수 전략을 짰다. 일부 성과는 있었지만 홈플러스 리츠를 철회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 부동산과 유통 시장 부진이 겹친 뒤엔 운영자금 조달에 애를 먹었고, 경영진 선임 및 사업 전략 구성에서도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대규모 프로젝트펀드를 적극 활용했다. 블라인드펀드 활용 금액보다 프로젝트펀드 결성 규모가 더 컸다. 국민연금과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 국내외 굴지의 기관들이 MBK파트너스의 랜드마크 거래에 힘을 보탰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펀드를 적극 활용한 것도 부담이 되는 모습이다. MBK파트너스가 밝힌대로 3호 블라인드펀드 수익률은 홈플러스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영향이 덜하지만, 프로젝트펀드는 타격이 막심하다. LP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

      MBK파트너스 역시 이를 알기 때문에 주요 LP 자금을 따로 받을 때는 각별히 신경을 써왔다. 과거 씨앤앰(현 딜라이브)이 GS강남방송과 GS울산방송을 인수할 때도 국민연금 자금을 추가로 받았는데, 모든 위기 시나리오에서 국민연금 자금을 돌려줄 수 있는 방도를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홈플러스 회생절차 신청에선 그런 고민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과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국민연금 투자금이 자본전환 되면서 회수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설령 아직 드러나지 않은 안전장치가 있다 하더라도 현 상황에선 회수를 낙관하기 어렵다.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MBK파트너스의 출자자(LP) 풀이 약화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MBK파트너스의 블라인드펀드에 매번 출자하고 프로젝트펀드 자금도 지원해왔지만 이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핵심 LP인 CPPIB의 판단도 주목된다. 지난해 MBK파트너스의 우군으로 꼽혔던 김수이 CPPIB 글로벌 사모투자(PE) 대표가 회사를 떠났고, 올해는 홈플러스 문제가 터졌다. CPPIB는 MBK파트너스가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를 통해 투자한 bhc에도 추가로 자금을 넣었는데 bhc 역시 이런 저런 잡음이 많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