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 "초격차 지배력 강조"
신동빈 회장, 5년만에 롯데쇼핑 이사진 합류
롯데쇼핑 효율화 작업에 힘실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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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회생절차 돌입한 홈플러스는 영업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조원에 달하는 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지 여부를 차치하고,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기고 거래선이 하나둘 끊어지는 여파는 당장의 실적과 사업을 지속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 사태는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돌입한 직후, 이마트는 신세계 정용진 회장 취임 1주년(3월8일)을 맞아 본격적인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롯데쇼핑은 7일 신동빈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의결하며 맞불을 놓은 모습을 연출했다.
업계 1위 이마트는 오프라인 확대 전략을 선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올해 초 이커머스 플랫폼 G마켓(지마켓)을 알리바바와의 합작법인으로 이관하며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사업에 힘을 실을 것을 예고했는데, 최근엔 정용진 회장 명의의 발표를 통해 확장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단 평가를 받는다.
이마트는 지난 2월 마곡 트레이더스를 개점한데 이어, 상반기엔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을 연다는 계획이다. 하반기 인천 트레이더 구월 매장을 오픈하면 수도권에서만 3개의 매장을 개점하게 된다. 이마트는 현재 신규 부지 5곳 이상을 확보한 상태로, 2027년까지 신규 점포 3곳 이상을 개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용진 회장은 "시장 상황이 혼란스러울수록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지배력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투자자들도 화답했다. 회사의 주가는 간만에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통상임금 판결로 일회성비용을 반영하고도 2500억원 이상의 실질 영업이익을 거둔 점, 최저배당금을 상향하고 자사주를 소각한다는 주주환원계획이 투심을 자극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여기에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돌입으로 인한 반사이익까지 얻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증권사들이 앞다퉈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이마트의 오프라인 집중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선 대규모 투자자금 조달이 원활히 이뤄져야한다는 점이 전제라는 의견도 있다. 또한 한국 소비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한 상황은 확장 전략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의 유통 강자 롯데그룹 역시 기회를 옅보는 모양새다.
롯데쇼핑은 지난 6일 이사회를 열어 신동빈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신 회장은 지난 2020년 사임계를 제출한지 5년만에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복귀하게 된다. 신 회장은 올해 임기가 만료하는 롯데칠성음료의 사내이사직은 연임하지 않으면서 그룹 내 총 4개 회사의 사내이사직을 유지한다. 그룹 이사회 과다 겸직이란 외부의 지적을 피하고 비교적 주목도가 높은 계열사 위주로 집중하겠단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롯데쇼핑은 "신규 사업 확장과 글로벌 비즈니스 추진 등에 대한 신속한 의사 결정과 책임있는 경영참여를 통해 향후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신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말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재편 현황을 보고하며 2030년까지 롯데쇼핑 매출 20조3000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핵심 상권의 백화점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이커머스의 전략 전환 등을 구체화하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일단 롯데쇼핑은 이 같은 전략에 앞서 백화점, 마트 등 비수도권 지역의 점포의 폐점 및 매각 등 자산효율화 작업이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히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사업자들에는 공통적인 위협 요소는 역시 이커머스 강자들의 약진이다.
홈플러스의 위기는 단순한 MBK파트너스의 경영 실패를 넘어, 전반적인 오프라인 시장의 위기와도 맞닿아있다. 홈플러스 사태의 반사이익의 최대 수혜를 받는 기업이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아닌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 강자들이 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두 유통 공룡 오너들의 등판이 업계 판도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한다는 평가다.